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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9월 26일

by June gyu

회사는 국가에 파산 신청을 했다고 한다.


옥토버페스트가 막 시작한 아주 추운 아침이다. 옥토버페스트를 좋아하진 않지만, 그래도 이 시즌에만 Lederhose(독일 전통의상 반바지)를 눈치 볼 필요 없이 평상시에도 입고 다닐 수 있어 예전에 한번 장만해 놓은 Lederhose를 입고 출근했다. 역시 맥주를 마시러 갈 때 입는 가죽 반바지이지 사무용으로 입기에는 업무 보는 내내 많이 불편했다. 다른 직원들은 대부분 재택근무를 했고 사무실에는 회사 대표와 나 이렇게 둘만 출근했다. 날씨도 좋지 않고, 금요일이기도 해서 정말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았다.


마침내 매니저에게서 콜이 왔다. 매니저는 아주 조심스럽게 말을 시작했다. 현재 회사 상황이 안 좋은 것은 회계팀이니 어느 정도 알 거라고. 회사가 어떤 일이 있어도 남아 같이 일을 해주었으면 좋겠단 말로 대화를 시작했다. 먼가 쎄한 느낌을 받을 때쯤 매니저는 이어서 말했다. 회사가 국가에 파산 신청을 했다고 했다. 아직 아직 모든 직원에게 발표하지 않았고 다음 주 월요일에 통보할 것이라고. 파산 신청 중에서도 회생 신청으로 했다고 구체적으로 말해 주었다.


나는 매니저에게 말했다. 여기 좋은 사람들이 많이 일하고 있고, 그 사람들도 떠나지 않는다면, 나는 회사의 가능성이 보인다고 그래서 떠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리고 회계에서 일하면서 과연 몇이나 이런 상황을 경험해 볼 것 같냐, 이번 일은 쉽게 찾아오지 않는 기회이니, 많은 것을 배웠으면 좋겠다고도 했다. 그렇게 짧은 통화가 끝났다.


지난 2주에서 3주 동안 대표들이 아주 분주하지만 아주 조심히 일 하는 것을 보고 평소와 다르다는 것을 느끼긴 했지만, 이걸 준비하고 있었구나라는 생각이 머리에 싹 스쳐 갔다. 퇴근을 하고 집에 오면서, 이런 무덤덤한 반응을 보이는 게 과연 정상적인 일일까 스스로에게 질문을 해본다. 아직 현실적을 크게 변한 게 없어, 패닉이나 두려움을 느끼지 못하고 있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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