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마라톤 기록 3시간 23분
나의 첫 번째 마라톤에 대한 이야기를 써보려고 한다.
어제 늦은 저녁 11시가 다 되어 Münster에 도착하고 12시가 다 되어 체크인을 했다. 8시간이라는 대장정의 기차 이동 시간 덕분에 기차에서 몇 번이고 자고 깨고를 반복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호텔 침대에 눕자마자 바로 잠들었다. 중간에 몇 번 깼지만 묘하게 개운한 아침을 맞이했다. 전날 기차 안에서 계속 언제 젤을 먹어야 되는지 시간으로도 정해보고 거리로도 정하면서 최적의 시간과 거리를 머릿속에 세뇌시켰다.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그 생각 밖에 나지 않는다. '15km 지나는 점에서 카페인이 들어가지 않는 젤을 절반 정도 먹고 25km에서 나머지를 다 먹자. 그리고 35km 지점이 넘어서서 참을 수 있는 데까지 참고 나머지 카페인이 들어간 젤을 먹는다.'
호텔 로비에서 커피 한 잔 주문해서 방에 와서 어제 준비해둔 아침을 먹었다. 거의 98프로 정확하게 나의 일요일 롱런 패턴과 맞췄다.
아침 식사 후에 배정 번호를 받으러 갔다. 나 이외에도 당일에 번호표를 받으러 온 사람들이 많다. 번호를 받고 나니 조금은 실감이 난다. 진짜 뛰는구나. 간단하게 몸을 풀고 시작점이 있는 곳으로 향했다. 처음 대회를 참가하는 나는 이전 대회 기록이 없어 맨 뒤로 보내졌다. 별 상관없다. 어차피 느린 페이스로 시작할 거니까. 출발 신호가 울리고, 사람들이 환호한다. 첫 마라톤이 알리는 시작 하지만, 생각보다 담담하다. 긴장이 되지 않는다.
막상 달리기 시작하니 생각보다 느린 속도에 답답함을 느꼈다. 그래서 조금 더 속도를 올려 한 명, 두 명 앞질러 가기 시작했다. 3km 지점에서 손목의 시간을 보니 5:00 페이스. 생각보다 많이 느리다. 적어도 4:40은 뛰어 줘야 되는데. 그 뒤로부터 페이스를 많이 올렸다. 보이지 않던 언더 3시간 30분 페이스 메이커가 보이기 시작했고, 3시간 25분, 3시간 20분 페이스 메이커까지 따라잡았다. 내 목표는 3시간 15분 언더로 들어오는 게 목표여서 3:15분 페이스 메이커를 찾으려 했지만, 30km 지나서까지 보이지 않았다.
같이 마라톤 훈련 했던 친구들이 항상 이런 말을 했다. “마라톤은 30km부터 시작이다.”
그 말의 의미를 30km 표지판 앞에서 이해하게 됐다. 다리가 무거워 지기 시작하는 걸 느끼고, 근육들이 내 말을 듣지 않으려는게 느껴진다. 35km 지점에서 먹으려 했던 카페인 젤은 결국 30km에 도착하자마자 뜯어버렸다. 35km 도착 시간은 2시간 43분. 나머지 7km 모든 힘을 다해 온 에너지를 쏟아부으면 3시간 15분 언더로 들어오는 것은 가뿐하다고 머리에서 생각하지만, 37km 넘어가고 나서 정말이지, 내 다리가 굳어가지 시작했고, 허리에 통증이 느껴졌다. 속도도 확연히 느려지고 시간은 무섭게도 빠르게 흘러가는 것 같다. 응원도, 물도, 음악도 크게 도움이 되지 않지 않았다. 단지 버티는 것만이 목표가 되는 구간이었다.
40km 표지판이 보이자 응원 사람들이 작은 터널을 만들어 주는 응원을 해 주었다. 터널 속으로 지나가면 양쪽에서 응원 소리가 들린다. 진짜 마지막이다 2km 진짜 마지막이다 에너지를 쏟자. 그런데 마지막 1km를 남기고 왼쪽 다리에 쥐가 올라왔다. 멈춰야 할지, 끝까지 갈지, 아주 짧은 순간 고민했다. 그때 뒤에서 “다 왔어, 포기하지 마!”라는 목소리가 들렸다. 이상하게도 그 한마디가 내 다리를 다시 움직이게 되었고 겨우 겨우 결승선에 도착했다.
3시간 15분 안에 들어갈 수 있을까 잠깐 기대했지만, 마지막 7km는 그 기대를 현실로 만들기에는 너무나 길었다. 그래도 3시간 15분이 아니면 어때, 이게 내 첫 번째 마라톤이고, 나는 끝까지 달렸다.
다시 호텔에 들어와 샤워하고 조금 침대에 누워 있다가 체크 아웃을 했다. 이상하게도 배는 고프지 않았다. 오히려 속이 메쓱 거리고 어지러워 어떤 음식이라고 입에 넣으면 바로 토를 할 것 같았다. 무엇을 잘 못 먹었지? 결승점에서 마신 콜라라 내 몸에 받지 않았나? 아 미치도록 매쓱 거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