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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une gyu Aug 10. 2019

7월 16일

오스트리아 잘츠부르크 워킹홀리데이 132일째 (영국으로 가는 길)

좋은 이야깃거리와 글을 만들려면 많은 에피소드와 그때 느꼈던 감정 다채로워야 된다. 오늘이 딱 그러한 날이다. 



조금의 여유로운 시간차를 두고 비엔나까지 가는 기차를 예약했다. 기차 운행 시간에만 맞게 비엔나에 도착한다면 조급한 마음 없이 비행기를 탈 수 있었다. 


영화 대본이라도 짜놓은듯 기차는 3분 늦게 비엔나에 도착했고 이 3분이 엄청난 후 폭풍을 만들어 냈다. 비엔나에 3시 57분에 도착 예정이었는데 4시 정각에 도착했고, 기차가 역에 도착하자마자, 공항 가는 기차가 들어오고 있다는 방송이 나왔다. 최대한 빠르게 표를 사러 표 자판기에 달려가 표를 끈고 쏜살같이 내려왔는데, 기차 문은 막 닫혔고, 영화의 한 장면처럼 내 앞에서 천천히 움직여 떠나갔다. 

다음 기차는 20분 후 온다. 정말 빠듯하다 라는 생각과 함께 뉘른베르크에서 한국행 비행기를 놓쳤던 게 다시 내 머릿속을 스쳐간다. 조급한 마음과 함께 다음 기차를 타고 공항에 도착해 재빠르게 check-in 센터로 갔다. 다행히 같은 비행기를 타는 사람들이 줄 서 있어 한 숨 놓았다. 내 차례가 되었고, 표를 받으려 했는데 이미 온라인으로 체크인을 해서 표를 뽑아 줄 수 없다고 한다. 핸드폰 앱에서 벌써 표를 받지 않았냐고 내게 되묻는다. 앱에선 내가 직접 프린터를 하라는 화면은 보여주었다. 직원은 여기서 표를 뽑으려면 표를 사는 카운터에 가서 55유로를 내고 표를 사야 된다고 했다. 시간이 없었던 나는 돈이 문제가 아니다. 비행기 표 값에 3분의 1 가격을 내고 표를 손에 거머쥘 수 있었다. 분명 내가 받은 메일에서는 인터넷으로 체크인을 꼭 하라고 메일이 와서 했는데...



비행기가 이륙을 기다린다. 처음 비행기를 타본 것 같지 않은데 꼬마 숙녀의 얼굴은 무척 들떠 있다. 비행기가 활주로를 향해 움직이자 꼬마는 한 손에는 핸드폰으로 이륙 과정을 동영상으로 담고, 다른 한 손은 옆에 앉아 있는 아빠의 팔을 움켜쥔다. 비행기는 속력을 내고, 더욱더 힘차게 속력을 내어 육지와 떨어지려고 안간힘을 쓴다. 비행기가 땅 위로 날아오르는 순간 꼬마는 두 눈을 찔끔 감는다. 무서움을 더는 못 참겠는지, 동영상 찍는걸 그만두고 두 팔 모두 아빠의 팔뚝을 감사 안는다. 아빠는 아랑곳하지 않고, 마치 깊게 뿌리내린 나무처럼 꿈적하지 않는다. 그냥 보고만 있어도 행복한 딸과 아빠의 한 장면이었다. 


이 아름다운 장면을 보기 위해 55유로를 냈다고 생각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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