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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une gyu Feb 27. 2020

1월 31일

독일어

작년 이맘때였을 겁니다. 오스트리아로 오기 전에 용준이와 목표에 대해 대화를 나누었습니다. 망대 한 목표를 잡지 말고 한국으로 돌아오게 될 때 하나만이라도 무엇인가 얻어 오면 후회가 남지 않을 거라고 말해 줬습니다. 그 하나의 뚜렷한 목표가 독일어였습니다. 독일어 스터디 그룹에서 만나 한 분은 독일 프라이부르크에서 1년 학원만 다니면서 독일어만 집중적으로 공부해 가장 높은 레벨을 취득했습니다. 근데 그분은 경희대 법대생입니다. 저와는 소프트웨어의 기본 사양이 다르죠. 그러니 전 단계를 목표로 삼고 한국으로 돌아오기 전에는 그 레벨을 따고 온다는 마음을 가지라고 했습니다. 


그 전 단계(B2) 시험에서 2개는 붙고 2개 떨어졌습니다. 내일 드디어 나머지 시험을 다 봅니다. 


읽기 첫 문제, 네 사람의 사진이 나온다. 사진이 내 눈에 낯익다. 어디서 본 것 같은 느낌이 많이 드는 얼굴들이다. 다음 장을 넘겨 보고 그 다음장을 넘겨 보며 문제를 대충 쓱 훑어본다. 맞다! 지난 읽기 시험 때 나온 문제와 똑같다는 느낌 아닌 느낌이 든다. 하지만 난 왜 이제야 이 문제들이 내 머릿속 기억의 잎사귀 끝을 톡 건드리듯 아주 조금 생각이 나는 걸까? 지난 시험에서 가장 낮은 점수를 받은 읽기 파트였는데도 생각이 나지 않았던 건 그 뒤에 있었던 시험들이 너무 어려워서 읽기 시험을 되새길 뇌의 공간 조차 없었으리라. '한번 틀린 문제는 또 틀리면 안 된다고' 학창 시절 귀가 닳도록 들었다. 근데 왜 난 이게 두 번째 인데도 너무 어렵고, 많이 틀릴 것만 같냐? 후. 하~ 마지막 문제까지 한숨을 내쉬며 풀었습니다. 

읽기 시험이 똑같이 나온 것을 보아 쓰기 시험 또한 똑같은 테마가 나올 가능성이 높다고 기대를 해보며, 지난 시험 쓰기 2번째 테마 주제로 연습한 쓰기를 다른 학생들이 듣기 시험을 보고 있는 동안 열심히 외워봅니다.

열심히 외웠건만, 막상 시험은 다른 테마가 나왔습니다. 그래도 쓰기 파트에서는 많이 연습을 해서 그런지 참 기분 좋게 술술 써 내려갔습니다.


한국으로 돌아가기 전 제가 건져 갈 수 있는 최소한의 것. '독일어 실력 향상' 이걸 증명할 수 있는 걸 가지고 돌아갈 수 있을까요?



신문은 읽고 이해 할 수 있는데, 괴테 B2 읽기 시험은 문장 이해가 어렵습니다. 그럼 이건 괴테가 문제 있는거 아닌가요? 왜 이렇게 시험을 어렵게 내는지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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