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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une gyu Mar 16. 2020

외국에서 당하는 사기

뮌헨에서 집 구하기

17.Feb(350일째) 

뮌헨에서 방이 쉽게 구해지지 않는다는 걸 잘 알고 있습니다. 독일 친구들이 자주 그렇게 말했고, 인터넷을 통해 그런 말들을 많이 접했습니다. 어제 wg-gesucht(가장 유명한 방 구하는 웹사이트)가 아닌 wg-suche에서 본 방 하나 있었습니다. 월세가 조금은 과하긴 했지만, 그래도 뮌헨이면 이 정도 방 값을 줘야 된다는 것쯤을 알았기에 게시물을 올린 사람에게 메시지를 보냈고, 답장이 왔습니다. 그 사람은 자기 이메일 주소를 알려 주며 방에 대한 자세한 이야기를 메일을 통해 하자고 했습니다. 이메일로 한, 두통의 메일을 주고받고, what’s app 번호를 받아 그다음부터는 인터뷰를 문자로 진행했습니다. 서로에 대해 조금씩 알아가기 위해 평범한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자연스럽게 계약서 이야기도 나오게 되었고, 이사하는 날짜와 어떻게 계약서를 작성할지에 대해서 등등. 거의 방이 구해진 게 확실시되었습니다. 뮌헨에서 방은 원래 이렇게 쉽게 구해지는 게 아닌데…. 그 친구가 했던 말 중에 외국인이 뮌헨에 방 구하는 게 어렵다는 걸 안다, 첫 번째 연락이어서 저에게 우선권을 주겠다고 했습니다. 이야기가 다 끝나고 다시 생각해보니 사기가 아닐까란 생각이 듭니다. 반신반의합니다.


18.Feb(351일째)

반신반의했던 게 확신한 믿음으로 돌아섰습니다. What’s app으로 대화 나눴던 번호를 지우고, 새로운 메시지가 왔을 때 어제 대화를 나눴던 이름이 뜹니다. 또한, 제가 의심하고 있다는 걸 눈치라도 챈 듯 신분증을 계약서 보내 줄 때 같이 보내 주었습니다. 인터넷을 통해 계약서를 받고 프린트해서 집에 들어갈 날짜와 제 서명을 적어 스캔해서, 보증금과 첫 달 월세를 보낸 영수증 함께 메일로 보내 주었습니다. 이렇게 21세기 시대에 사는 사람처럼 계약을 하니 독일에 사는 사람 같이 않은 느낌입니다. 


22.Feb(355일째) 

며칠 전 보증금과 첫 번째 달 월세를 은행을 통해 집 계약을 도와주는 변호사에게 보냈습니다. 그리고 하루 후 변호사의 통장에 이슈가 생겨서 그 돈을 가지고 있을 수 없다며 돈을 돌려주고, 다른 방법(머니그램, 웨스턴 유니온)을 통해 돈을 보내 달라고 해서, 돈을 보내 주었습니다. 

같이 살고 있는 룸메이트들이 뮌헨 집에 대해서 의심을 하기 시작했습니다. 보통 계약서라면 집 주소뿐만 아니라 집 번호까지 있어야 된다고 했고, 제일 처음 독일어로 보냈던 메일이 완벽한 독일어가 아니라고 했습니다. 물론 저도 제일 처음에는 의심을 했습니다. 하지만, 점점 의심이 사라졌는데, 같이 사는 애들이 그렇게 말하니 또다시 흔들리기 시작합니다. 몇 호에 살고 있는지가 계약서에 왜 들어가 있지 않는지가 너무 의심스럽습니다. 내일 어떻게든 전화를 한번 해봐야 될 것 같습니다. 제 스스로가 ‘이 사람 믿을만하다’라고 느끼면 남이 머라고 하든지 그 사람을 믿는 편인데, 이번에 심하게 흔들립니다. 그리고 흔들리는 게 맞는 게 돈도 돈이지만, 일단 29일 날 잘츠부르크에 살고 있는 집을 나가면 갈 때가 없다는 겁니다.


25. Feb(358일째) 

일요일 같이 살게 될(?) 사람의 아버지가 사고로 병상에 계셔 너무 걱정이다라고 했습니다. 그러고 나서 어제 브레멘에 계시는 아버지에게 갔다고 했고, 오늘 힘들다며 연락이 왔습니다. 저는 그저 이야기를 들어주며 정말 안쓰럽다며, 머 도와줄 거 있으면 도와주고 싶다. 이런 형식적인 이야기들을 했습니다. 그저 말로 위로해 주었죠. 아웃렛에 축구화를 사기 위해 갔는데 별로 마음에 드는 게 없어 그냥 나오는데 또 저에게 연락이 왔습니다. 혹시 도와줄 수 있으면 다음 달 월세를 먼저 보내 줄 수 있겠냐는 겁니다. 느낌이 확 왔습니다. 이거 머 있다. 일단 저는 영상 통화를 하고 나면 돈을 보내 줄 수 있겠다고 했고, 영상 통화를 했습니다. 손으로 카메라를 가리는 것 같더라고요. 두 번 모두 시도했는데, 똑같은 화면이 나오고 지금 병원이라서 시그널이 잘 안 터지는 것 같다고 했습니다. 그래서 보내줄 돈 받을 고모 번호라도 알려달라고 했더니 되려 저에게 화를 냅니다. 도와주고 싶은 게 맞는 거냐고? 알겠다고 하고 일단 은행에 가서 돈을 찾고 보내려는데 은행 직원이 말립니다. 개인적으로 알거나, 직접 보지 못 했으면 돈을 보내지 말라고 조언했습니다. 그리고 집에 와 계속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점점 돈을 왜 안 보내주냐고 따지는 듯 말을 합니다. 내일 뮌헨으로 넘어가 인터넷에 나와있는 주소로 집을 보러 가봐야겠습니다.


26.Feb(359일째) 

아침에 일어나서 자전거와 함께 뮌헨으로 가는 기차에 몸을 실었습니다. 어제저녁 자기 전까지 저에게 돈을 바라는 걸 보면 정말 낌새가 이상합니다. 중요한 건 제가 벌써 돈을 천 유로 정도 보냈다는 것이지요. 사기라는 걸 백 퍼센트 확실합니다. 다만, 그 사람이랑 연락이 두절되지 않기를 바랄 뿐입니다. 그래야 잡을 수 있는 확률이 더 커질 것 같기 때문이죠. 뮌헨에 도착하자마자 주소가 나와 있는 곳으로 향했습니다. 역시나 베란다는커녕, 벨 누르는 곳에 그 사람의 이름도 없습니다. 그때 마침 건물에서 사람이 나와 안으로 들어가 우체통도 확인해 보니 역시나 없습니다. 안에서 나온 사람이 다시 건물로 들어오길래 혹시 이 사람이 방 광고를 냈는데 혹시 아냐고, 사진에는 베란다가 있는데 여기 건물이 맞냐고 등등 물어보았더니 처음 들어보는 이름뿐 더러 인터넷 광고에 올라온 건물 사진은 이 건물과 정말 다르다고 말했습니다. 바로 경찰서로 향해서 사건 사유서를 작성하고 저와 나누웠던 채팅 내용들과 이메일 내용들을 모두 경찰에게 넘겨주었습니다. 돈은 못 돌려받을 것 같고 다만, 이런 사기꾼을 제발 잡았으면 좋겠습니다. 계속 연락을 취하면서 여러 가지 물어봐야 되는데, 이 사기꾼은 돈 말고는 다른 이야기를 안 하네요… 미끼를 적당한 걸 던져야 될 텐데요. 


27.Feb(360일째)

아침에 독일 경찰에게서 전화가 왔습니다. 처음에 독일어를 할 줄 아냐고 물어봅니다. 나는 조금 할 줄 안다고 대답했더니, 자기가 영어를 못 한다면서 그냥 끊어 버립니다. 다시 전화기를 집어 들어 걸려 왔던 번호에 다시 전화를 걸었더니 똑같은 분이 받았습니다. 나는 다시 한번 독일어 말하는 건 조금밖에 못 하지만, 잘 알아들을 수 있다고 말을 했더니 영어로 설명을 해 줄 수 없어 끊었다며 미안하다고 합니다. 그러면서 제 사건에 대한 이것저것을 설명해 줍니다. 일단 사기범이 그 장소에 나타나지 않을 꺼고, 그 사람과 더 이상 연락을 하지 말며, 모두 잃어버리고 다시 새로운 방을 찾아라는 겁니다. 만약에 토요일 그 장소에 갔는데 사기범이 나타났을 때는 그냥 경찰에 전화를 하라고 했다. 그게 전부였습니다. 

정의란 무엇인가? 잡을 수 있는 범인만 눈에 보이는 범인만 잡는 게, 잡을 확률이 큰 쪽을 택해서 일의 효능을 높이는 게 경찰의 직업적 사명의 정의인가? 아니면 자국민만을 보호하는 게 정의로운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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