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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une gyu Apr 06. 2020

3월 28일

뮌헨에서 집 구하기

임시 거처지로 사장님은 나에게 집이 구해질 동안 뮌헨 사무실에 있는 방에서 지내도 된다고 하셨다. 샤워 시설이 없어 조금은 불편할 거라고 하셨지만, 이 추위에 밖에서 자는 것보다 훨씬 낫다고 대답하며 감사히 키를 받았다. 


뮌헨으로 넘어온 다음 날, 쉐어 하우스 인터뷰를 보러 갔다. ‘머! 뮌헨에서 집 구하기 어렵다는데 별거 아니네, 오자 마자 바로 인터뷰를 하러 가고’라는 생각과 함께 집을 방문했습니다. 월세에 비해 방이 너무 좁았습니다. 그날 저녁 인터뷰에 초대해 주어 고맙다는 인사와 함께 거절하는 메시지를 보냈습니다. 


그날 이후로 깨달았습니다. 뮌헨에서 집 구하는 게 정말 어렵다는 것을... 

아침부터 뮌헨에서의 일과는 집 찾는 사이트와 평소에는 하지도 않는 페이스북을 들어가 집을 찾아보는 것입니다. 집 값은 잘츠부르크와 비교도 안될 만큼 비쌉니다. 월세를 최대 500유로로 잡은 것만 해도 정말 높게 잡았다고 생각했는데, 그마저도 뮌헨 집 값에 비해 싼 편에 속해 매물이 많이 없습니다. 일주일에 10통이 넘는 인터뷰 신청 메일을 보냈지만, 답장이 오는 곳은 참 드뭅니다. 거절해 주는 답장이라도 받는 게 고마울 따름입니다. 


항상 더 재미있는 이야기, 희비의 굴곡이 심한 이야기를 만들어 주기 위해 하늘은 저에 편에 서 있습니다. 3월 딱 절반이 지나가고 나서, 유럽에서 코로나가 더욱 심각해지기 시작했습니다. 이에 대해 독일 정부는 ‘Ausgangssperren’이라는 조치를 취합니다. 한글로 해석하면 ‘외출 통제’입니다. 사람과 사람 사이의 접촉을 최대한 막아 보겠다는 독일 정부가 내린 조치입니다. 특별한 경우에만 외출을 허락합니다. 장을 보러 나가거나, 의사를 만나야 되거나, 업무상 꼭 필요에 의한 외출일 경우에만 밖으로 나갈 수 있다고 합니다. 

이러한 지침이 내려오고 나서, 방을 구하는 사이트에는 매물 올라오는 숫자가 현저하게 떨어졌습니다. 그래도 혹시나 가뭄에 콩 나 듯, 광고가 올라온 게 없나 아침, 저녁으로 사이트를 뒤집니다. 뮌헨 물가를 고려해 결국 월세를 조금 더 올린 금액으로 찾아보니, 몇몇 매물이 더 나옵니다. 


코로나 사태 때문에 영상으로 인터뷰를 진행하자는 곳도 있었습니다. 한번 호되게 당한 터라. 조금 더 신중이 선택하게 됩니다. 뮌헨 시내와는 조금 떨어져 있다는 단점만 제외하고는 비교적 괜찮은 곳과 영상 인터뷰를 한 다음 날, 회사 동료가 소개해준 뮌헨 외곽 작은 마을에 방을 보러 갔습니다. 주인 할머니는 항상 단기로 독일어를 배우러 오는 외국인들에게 방을 내주었나 봅니다. 코로나가 터지고 국경이 닫히면서 들어올 사람이 더 이상 없자 빈 방이 되어 버린 것입니다. 나만의 공간이 생길 거란 기대감을 품고 집을 나왔습니다. 

집을 나와 핸드폰을 켜 보니 메시지 하나가 와 있었습니다. 어제 인터뷰를 본 곳에서 온 메시지입니다. ‘합격’ 드디어 집을 구했습니다. 걱정거리 하나 털어 냈습니다. 예스! 예스! 몇 번이나 외치면서 다녔는지 모릅니다. 마치 일류 대학교에라도 합격한 듯 외칩니다.


뮌헨에서 집 구하기 ; 독일어로 자기소개 글을 잘 쓰는 것뿐만 아니라, 인터뷰도 잘 봐야 집을 구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 무엇보다 '운'입니다. 첫 번째 인터뷰를 보아야 가능성은 높습니다. 첫 번째 인터뷰 자가 되기 위한 '운' 이 가장 중요한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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