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June gyu Apr 11. 2020

4월 8일

하루키와 달리기

무라카미 하루키의 ‘달리기를 말할 때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를 영어 오디오 북으로 듣고 있습니다. 속사포처럼 들리는 영어를 100% 이해하기란 불가능합니다. 60~70% 정도 책의 내용이 머릿속에 그려집니다. 공감되는 말이 많고, 가끔은 ‘풋, 풋’ 거리며 하루키의 블랙 코미디에 웃음을 짓습니다.


하루키는 글 잘 쓰는 작가일 뿐만이 아니라, 러너입니다. 그리고 지금까지 살아온 삶의 이야기 들어 보니 '참 열심히 살았구나'라는 생각이 듭니다. 20대 초반 바(Bar)를 운영했고, 중 ~ 후반부터는 바(Bar)와 글 쓰는 일을 병행하며 지냈습니다. 바(Bar) 일은 일찍 끝나는 날이 없죠. 1시가 넘는 시간에 퇴근하고, 주방 식탁에서 원고를 작성하다가 3시쯤 침대에 쓰러졌다고 합니다. 전업 작가로 본격적으로 활동하기 위해 바(Bar)를 정리했고, 그러면서 시작한 달리기 생활. 달리기는 하루키의 삶의 패턴을 바(Bar)를 운영할 때와는 아주 상반되게 바꾸어 놓았습니다.


가만히 앉아 이어폰에서 흘러나오는 이야기를 듣고 있다 보니, 달리고 싶어 집니다. 이야기는 고막을 통해 뇌에 전달되고, 뇌에서는 온몸에 운동 세포를 자극해 가만히 있지 못하게 만들었습니다. 더욱이 하루키처럼 장거리를 달리고 싶다는 욕심이 생겼습니다.


언젠가는 뮌헨을 크게 한 바퀴 뛰어야겠다는 욕심을 품고 있습니다. 몇 km나 될까요? 적어도 70km는 되지 않을까요? 조금씩 거리를 늘려가는 훈련 계획을 세운 후, 10km를 두 번 달렸습니다. 그렇게 따갑지 않은 햇볕과, 선선한 바람 거기에 하루키의 자극까지, 한껏 욕심을 내 평소의 2배 거리를 달려 보기로 합니다. 


뛸 때마다 항상 드는 기분이 있습니다. 뛰어온 거리는 그렇게 많이 뛰었다고 느껴지지 않은데 항상 돌아가야 되는 거리는 엄청 멀게 느껴집니다. 그러면서 항상 ‘하, 조금만 뛸 걸’이라고 생각하죠. 돌아오는 길 허벅지에 고통이 느껴집니다. 뛸 때마다 반바지가 찰랑거리며 허벅지를 내려치는 것조차도 통증으로 느껴집니다. 하루키는 말했습니다. '적어도 끝까지 걷지 않았다.’ 한번 더 정신을 무장하고 발을 내딛습니다. 몇 발자국 내디뎌 보았지만, 그리 오래가지 않습니다. 더 이상 힘차게 다리를 들어 올릴 힘이 없자, 결국 걷다 뛰다, 걷다 뛰다를 반복하며 패잔병처럼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작가의 이전글 3월 28일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