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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une gyu May 14. 2020

4월 25일

코로나 사태에서 마라톤을 뛰다

청소를 깨끗하게 하고 나니 기분이 한층 ‘UP’ 되었습니다. 이렇게 기분이 좋을 땐 달리기죠. 20km 정도만 뛰려고 러닝복으로 갈아 입고 핸드폰 하나 들고 집을 나섰습니다. 


달리기를 오래 위해 아주 사분사분 조깅하듯 뛰기 시작했습니다. 10km 반환점에 도착했을 땐 마치 정신이 이상한 사람처럼 기분이 좋고 행복했습니다. 그 행복에 미쳐 새로운 도전을 했습니다.


그렇게 시작된 41km 달리기


20km 반환점을 돌고 집으로 향할 때부터 목이 말라 오기 시작했습니다. 집으로 향해 뛰는 것보다 물을 찾아 여기저기를 헤맸습니다. 주유소 화장실에 들어가 세면대 물을 마실까란 생각도 하고, 시냇물은 마실 수 있는 정도로 깨끗할 까란 질문을 해보기도 했습니다.

지갑도 없었지만, 독일은 일요일이면 대부분의 상점들이 닫습니다. 더욱이 코로나 덕분에 식당들마저 영업을 하지 않았습니다. 한참을 헤맨 끝에 마당에서 물을 받고 계시는 할머니를 발견했습니다. 한치의 망설임도 없이 다가갔습니다. 정중하게 첫 말을 꺼낼 때, 제 목 상태는 사라하 사막처럼 정말 메말라 쉰 소리가 나왔습니다. 할머니는 물을 받아 가라며 작은 물병을 가져다주셨습니다. 덕분에, 4시간이라는 긴 시간 끝에 살아서 집으로 돌아올 수 있었습니다.


마라톤을 42km를 굳이 돈을 주면서까지 달려야 되나? 혼자서 42km를 달리면 되지 않나?라는 생각에 언젠가 혼자서 마라톤 거리를 달려 보고 싶었습니다. 뜻밖에 그날이 오늘이 되었습니다. 마라톤의 주최 단체와 자원봉사자 분들이 왜 필요한지를 이제야 알게 되었습니다.



짧은 소감 : 허리가 너무 많이 아픔.  한계에 도전하는 건 내 한계의 범위를 더 늘릴 수 있다는 뜻임으로, 좋은 경험이었음. 하지만, 휘파람 불면서 허리의 고통을 느끼기 전까지 즐겁게 뛰는 게 행복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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