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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une gyu Sep 02. 2020

8월 20일

한글 책이 그리운 시점. 뮌헨 한인 카톡방에 책을 교환하고 싶다는 말과 함께 책 표지 사진들이 올라왔다. 그중의 하나가 올가 토카르추크 지읆에 '방랑자들'이었다. 아직도 세상을 방랑하고 있는 한 사람으로서 제목에 관심을 가질 수밖에 없었다. 책을 통해 작가와 미묘한 공감대를 얻을 수 있을 거란 기대 품은 채 선 듯 책 교환을 요청했다.

 



책은 짧은 단편 소설들로 구성되어있다. 소설이라고 말하지만 작가 삶의 경험이 묻어있어 나에게는 에세이 같이 느껴졌다. 초반부터 나에 머리를 세게 드리 박는 글귀가 나왔다. 


폴란드 출신의 주인공은 유럽 다른 나라들을 여행을 한다. 돈이 떨어지면 급하게 돈을 벌 수 있는 공장이나 식당에 들어가서 일을 해 돈을 모으고 다시 여행을 한다. 그녀는 동유럽 어딘가에서 경비가 바닥나 한 공장에 잠시 일을 하게 된다. 그곳에는 동쪽 나라(유럽을 기준으로)에서 온 사람들이 좋은 대우를 받지 못하며 일을 하고 있다. 주인공은 그들을 보며 이렇게 생각한다. 

            

             ‘서쪽 어딘가에 이상적이고 정의로운 나라가 있다고 믿으며 이상향을 찾아 헤매는 이민자들’. 




중후반에 나오는 단편 소설 ‘신의 구역’. 소설은 50대 여성의 이야기로 전개된다. 결혼을 했고, 남편과 아이들이 있다. 여름휴가를 맞아 혼자만의 자유를 위해 남편을 두고 혼자 여행길에 오른다. 

몇 년 전부터 오랜 대학 친구와 연락을 주고받기 시작했고, 휴가 중 그가 심각한 병에 걸렸으니 한번 방문해 달라는 연락을 받고 대학 동기를 찾아간다. 그 대학 동기와 그녀는 한때 세상 끝까지 함께 할 것 같은 친구 사이였다. 주인공 아버지의 직장일로 그녀가 자국을 떠나면서 그 둘의 인연의 끈도 끊어지게 되었다. 


이 대목에서 난 병에 걸려 혼자인 그 남자에게 연민을 느껴진다. 그는 성공을 위해 모든 열정을 쏟아부었고, 시간을 투자했다. 그 결과 학회에서 꽤나 명성을 얻었지만, 일에만 시간을 투자한 탓인지 평생 함께할 소중한 사람을 찾지 못하고, 병에 걸린 그이를 지켜주는 사람이라곤 누이밖에 없다. 


더 안쓰러운 장면은 오랜만에 만난 친구, 청춘의 꿈을 함께 나눴던 그녀를 사랑하고 있다는 게 느껴진다는 점이다.




문득 함께할 사람이 없다는 것이 얼마나 슬픈 일인가에 대해 생각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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