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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une gyu Nov 30. 2020

열세 번째 발걸음

뒤돌아 보기

독일 유소년 리그 전반기 시즌이 코로나 두 번째 Lock down과 맞물려 끝났다. 전반기 시즌이 끝난 휴식기에는 주말 경기만 하지 않을 뿐이지 평소와 같이 훈련을 진행하는데, 이번 휴식기는 말 그대로 휴식이다. 이번 쉬는 기간을 통해 나의 첫 번째 시즌을 돌아보려고 한다. 


지난 일기를 살펴보면 세 가지 부분으로 나뉜다. 나의 문제점, 아이들의 문제점, 난 축구 코치 일을 정말로 즐겨한다는 점. 세 가지의 분류로 나눠 상세하게 적고 나중에 다시 이 노트를 꺼내 보게 되었을 때 큰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다.



   1. 나의 문제점 - 나의 문제점은 워낙 많은데 크게 훈련 섹션 그리고 경기 중 문제 둘로 나눠 적어본다.



 1) 훈련 섹션에 대한 문제


처음 나에게 훈련 섹션을 할 수 있도록 허락해 준 날을 잃지 못한다. 훈련장에 가기 전 내 훈련 노트 펼쳤다. 한 번도 사용해본 적 없지만 그래도 무난히 아이들에게 설명할 수 있고, 아이들도 즐길 수 있을 만한 걸로 준비해 훈련장으로 향했다. 내가 부족하다는 걸 알고 그걸 채울 수 있는 건 준비성뿐이라는 것도 안다. 일찍 도착해 훈련을 세팅하고 혼자서 시뮬레이션도 해본다. ‘좋다. 할 수 있다’. 

훈련 후 자전거를 타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 머릿속에는 '어디서 문제가 있었던 걸까? 왜 생각대로 훈련이 진행되지 않았던 걸까?’란 생각뿐이다. 훈련을 아이들에 맞게 잘 다듬지 못했다는 점, 어떻게 보면 내가 아이들을 알고 난 후 그에 맞는 훈련을 준비했어야 했다. 나름 계획이라고 했지만, 더 세세하게 계획하는 일 진도 지휘하는 일 그리고 가장 중요한 아이들과 소통하는 일이 부족함을 많이 느낀다. 


그 뒤로도 난 종종 내 훈련 노트에 있는 여러 종류의 훈련을 시험해 볼 수 있는 기회를 얻었다. 몇몇은 아이들에게 잘 맞기도 하지만, 그렇지 않은 부분이 상당하다. 훈련이 아이들에게 지루하게 느껴지는걸 종종 목격한다. 그럴 때면 아이들은 나에게 ‘준 이렇게 하면 더 좋을 것 같은데?’라고 제안해 보기도 한다. 또 다른 경우는 아이들의 움직임이 엉망진창(소위 말해 ‘동네축구’)인 경우도 보게 된다. 그럴 때면 내가 만든 훈련이 무엇이 잘 못 되었나 스스로에 질문은 하기도 하고 다른 한편으로는 개판인 축구를 봐서 좋기도 한다. 그 의미는 내가 아이들의 문제점을 보았고 무엇을 가르쳐 줘야 되는지 알게 되었다는 의미기도 하니까. 



  2) 경기 중 문제


나의 첫 번째 경기였던 시즌 전 연습 경기. 몇몇 아이들은 아직 여름방학에서 돌아오지 않았거나, 독일 외 국가로 휴가를 갔다 돌아와 격리 중이었다. 그래서 경기에 뛰었던 아이들은 주로 여름 방학 동안 나와 함께 달리기를 하거나, 축구 훈련을 했던 아이들이었다. 경기가 끝난 후, 많은 건 기억나지 않지만 한 가지 정확하게 깨달은 건 경기 중 난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는 것이다. 경기 시작 전, 하프타임 그리고 경기가 끝나고 나서 까지, 물론 독일어로 말을 해야 되었다는 핑계를 대 보지만, 나 자신이 아직 초보라는 걸 스스로에게 많이 느끼게 해 주었다. 오랫동안 이 팀에서 코치를 했던 사람에게 열린 귀로 조언을 들을 필요가 있다. 


마지막 경기를 제외하고는 일 때문에 주말 리그를 아이들과 함께하지 못했다. 전반기 시즌이 끝나기 전 마지막 경기는 회사에 양해를 구해 관람을 할 수 있었다. 두 번째로 관람하고 코칭한 경기였다. 경기 전날 스스로에게 첫 술에 배 부를 생각 하지 말자라고 다짐했지만, 경기를 이기겠다는 의욕은 다짐과 조금 달랐다. 주말 리그를 모두 빠진 덕에 내 의욕은 하늘 높은지 모르고 치솟고 있었던 것이다. 경기는 패배로 이어졌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 ‘왜 난 다른 메인 감독들과 소통을 하지 않았던가?’에 대해 후회하고 반성했다. 그들이 먼저 내게 다가와 자문을 구하거나 전술에 대해 이야기해 주길 바라고 있었던 것일 수도 있다. 반대로 내가 다가가서 소통하려고 시도해야 되지 않았던가. 



코로나 Lock down이 언제 끝나 다시 훈련을 하고 경기를 하게 될지 정확하진 않지만, 나의 잘못을 고치는 후반기 시즌이길 바란다.



2. 아이들의 문제점


아이들의 문제점이라고 적었지만, 그건 곧 아이들 문제점을 고쳐야 되는 내 숙제이기도 하다. 문제점은 축구 기술이나 전술 이해도의 문제점이 아닌 정신적인 그리고 그들도 모르게 배어있는 안 좋은 습관들 말한다. 아직 아이들이기 때문에 경기 내에서의 감정 기복이 심하다. 몇 대 몇. 그 숫자 크기에 집착을 많이 하고 훈련을 할 때도 상대보다 높은 숫자를 자랑스럽게 여기며 뒤쳐진 아이들의 성질을 툭툭 건드린다. 경쟁 속에서 빠른 발전이 가능하다는 건 알지만, 그게 너무 과해 아이들은 숫자에만 집착한다. 더 높은 숫자를 따내기 위해 제대로 된 축구를 하는 게 아니라 편법을 쓰기도 한다. 하루는 아이들에게 스포츠맨십을 아는지 물어보았다. 아이들은 페어플레이가 어떤 건지 알지만 스포츠맨십은 모르고 있었다. 아이들이 스포츠맨을 모르고 있다는 것에 실망하기도 했지만, 그 정의를 독일어로 깔끔하게 설명하지 못 한 나 자신이 더 실망스럽다. 나에게 스포츠맨십이라는 건 가장 큰 의미에서 정정당당하게 경기에 임하고 승패를 깨끗이 인정하고 상대팀을 존중하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다시 생각해 보면 누군가 나에게 가르쳐 주진 않았다. 많은 축구 경기를 보며 스스로 깨달은 것 같다. 



3. 축구 코치 일을 좋아하는 나


몇몇 일기를 다시 읽어 보면 내가 축구 코치하는 일을 진짜 좋아하는구나라고 느끼는 글들이 있다. 나에게 코칭은 아이들과 놀아 주는 것이라고 말할 수 있다. 코치는 선수의 부족함을 보고 그 부족한 부분을 채워 주는 사람이다. 난 다행히 기술적으로 부족한 부분을 볼 수 있다. 하지만 아직은 그 부족한 부분을 어떠한 방법으로 채워야 되는지 모르고 있다. 그래서 아이들과 함께 논다. 함께 공을 차거나 뛴다. 틀린 부분이 나왔을 때 하나하나 지적해 준다. 하루는 훈련이 끝나고 Sebi라는 아이가 나에게 ‘June du bist gute Trainer’라고 장난하듯이 웃으면서 말했다. 리버풀 아이들을 가르칠 때 이후로 오랜만에 듣는 말인데 정말 날아갈 것만 같았다.


훈련이 끝나고 아이들에게 훈련 중 내가 어떻게 했는가에 대해 이야기를 했다. 한 아이의 장난 섞인 말로 말했다. ‘같은 팀에 구멍이 하나 있으면 하고 싶어도 그렇게 할 수 없어 준’. 집중해서 듣고 있던 다른 아이들도 웃으며 그 말에 동의하는 듯했고, 난 더 이상 설명을 하지 못 했다. 

내가 여기에서 하지 못 한 말 : ‘그 구멍도 우리 팀의 일원이다. 그 구멍도 스스로 발전하려고 노력해야겠지만, 동료가 도와줄 필요도 있다. 예를 들어 퍼스트 터치가 좋지 않다면 그에게 패스할 때 좋은 패스를 주어야 된다. 그가 쉽게 공을 받을 수 있도록. 우리는 11명이 플레이 하지 10이 플레이하지 않아. 구멍 한 명이라도 잘 활용해서 숫자 싸움에서 우위를 가져와야 돼! 쓸모 있는 구멍으로 만들고, 구멍은 내가 부족한 부분을 향상할 수 있도록 도와 주께. 난 항상 여기 있고, 도와줄 의지가 있어.’





오늘 달리기를 하며 문뜩 이런 생각을 했다. 내 꿈을 이루었다는 것. 그러니 조금은 여유를 가지고 숨 좀 고르면서 살아가고 또다시 한 걸음씩 나아가도 늦지 않다는 것이다. 내 꿈은 유럽 축구 지도자 가장 높은 단계의 자격증을 따려는 것도 어느 명문팀에서 우승을 하며 전성기를 이뤄 나가는 것도 아닌 그냥 유럽에서 축구 지도자가 되는 것이 꿈이었다. 나는 벌써 독일 뮌헨에 작은 클럽에서 지도자로 아이들을 가르치고 있지 않는가. 전자의 것들은 모두 내 꿈에서의 성공을 이야기할 때 말할 수 있는 것이다. 성공을 하면 기쁘겠지만, 그렇게 큰 욕심 가지고 너무 허둥지둥 쫓지 말자. 이제 여유를 가지고 가고 있는 길을 제대로 보고, 내가 했던 훈련들을 다시 생각해 보며 무엇이 문제였는지, 돌아보고 생각해 보는 여유를 가지자. 


꿈을 좇고 이루고자 하는 마음은 컸지, 성공을 위해서 지금까지 달려 온건 아니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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