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June gyu Nov 16. 2020

10월 20일

독일 맥주

대학생 시절 정부 해외 인턴십 사업에 참여해 독일 뉘른베르크에서 한 학기를 보냈다. 그곳에서 알게 된 내 첫 번째 독일인 친구 Malte. 우리는 일요일마다 실내 풋살 모임에서 알게 되었다. 그 당시 나는 독일어를 1도 말하지 못할 때다. 경기가 끝나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 지하철을 기다리는 나에게 그가 먼저 영어로 말을 걸어왔다. 그 뒤로 우리는 하우스 파티, 강가에서 그릴 파티 그리고 클럽을 돌아다니며 젊은 시절의 추억을 쌓아갔다. 그렇게 해서 그를 통해 입문하게 된 독일 맥주 문화. 지금도 맥주 문화라는 것에 대해 정확하게 정의를 내리지 못하겠지만, 두 가지 예가 이해하는데 도움이 될지 모르겠다. 


첫 번째 ; 처음으로 Malte 집을 방문했을 때 일이다. 그는 베란다에 다 마신 건지 아니면 새로 산 건지 모를 맥주 두 박스가 놓여 있었다. 내가 집에 들어가자마자 한 병을 건네며 인사를 했고, 한 병을 끝내기가 무섭게 다음 병을 오픈해서 내게 내밀었다.

두 번째 ; 그 당시 나는 맨몸 운동 Freeletic이라는 어플을 알게 되었고, 공원에서 모여 다른 친구들과 함께 운동을 자주 했다. 한 번은 아주 힘들게 운동을 끝내고 근처 비어 가든으로 향했다. 이렇게 열심히 땀을 빼고 맥주를 마시러 간가고?? 나는 놀랬지만 그들은 한병의 맥주는 운동 후 몸에 좋다고 하며 맥주를 주문했다. 

독일인 아니 적어도 바이에른 사람들에게는 맥주는 항상 옆에 두고 산다. 아니 꼭 그런건 아니지만, 없으면 허전한 거라고 말해야 되나?


Malte는 석사 과정 논문을 마무리하고 2주 정도의 휴가를 맞아 나를 자기 부모님 집으로 초대했다. 사실 내가 가자고 부탁했다. 부모님 집에 도착하자마자 역시나 Malte는 맥주 한 병을 권했다. 다음날 친구 부모님이 사시는 곳에서 꽤나 유명한 산으로 아침 일찍 등산을 나갔다. 산 아래는 따뜻한 햇볕이 비추고, 포근한 온도였지만, 산 중턱 이후론 상황은 달랐다. 산을 감싸고 있는 안개인지 구림인지 하는 것과 바람은 날 더 춥게 만들었다. 산 정상을 바로 앞에 두고 있는 산장에서 우리는 잠시 쉬어가기로 했다. 마치 누구나 하는 것처럼 우리도 그들 중 하나가 되었다. 작은 케이크와 몸을 녹여줄 따뜻한 우유를 주문한 나, 그리고 내 옆에서 케이크와 생맥주를 주문한 친구. 종업원은 내 친구를 이상하게 보지 않고 나를 이상하게 쳐다보았다. 그렇게 나도 생맥주를 주문했다. 생맥주가 추운 몸을 녹여 주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정상까지 오르고 내려왔다.


휴가처럼 보냈던 이틀 밤 그 뒤로 나는 이상하게 맥주를 찾게 된다. 점점 독일인이 되어 가려는 걸까?



작가의 이전글 10월 16일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