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June gyu Dec 31. 2020

12월 18일

작년 10월 달에 독일어 시험을 치렀다. 쓰기 파트에서만 두 번이나 떨어졌다. 독일로 이사를 오면서 쓰기 파트를 학원에서 제대로 공부한 다음 시험을 봐야겠다고 굳은 다짐을 했건만, 코로나가 터지면서 모든 학원들이 문을 닫았다. 6월에는 다시 독일어 코스가 시작할 거라고 했다가, 7월로 미뤄지고 7월이 8월로 미뤄졌다. 그렇게 나의 쓰기 파트 시험도 무기한으로 미뤄졌다. 어느덧 11월 올해 마지막으로 있게 될 시험과 시험 대비 반 수업을 찾았다. 시험과 수업 등록을 하기 위해 학원을 방문했다. 원래는 쓰기 파트만 보려고 했는데, 상담 직원분이 1년이 지난 다른 파트 합격증은 유효하지 않는다며 모든 파트를 다시 보는 걸 추천했다. 결국 다시 모든 파트를 다시 시험 보기로 했다. 이번이 마지막이고 더 이상 안 보겠다고 다짐했다. 근거 없는 자신감과 함께 그렇게 다짐을 했다.


학원 수업은 코로나 수칙을 정확하게 준수하며 이루어졌다. 책상들은 일정한 거리를 두고 배치되어 있었고, 수업을 시작하기 전 그리고 수업이 끝난 후 책상을 살균제로 소독했으며, 수업 내내 마스크를 착용하고 수업을 진행했다. 

시험 대비반 선생님은 한눈에 보아도 은퇴하시고 나서 취미나 용돈 벌이로 독일어를 가르치시는 할아버지처럼 보였다. 수업 진행이 많이 느렸고, 그렇게 중요하지 않는 것들에 시간을 많이 낭비했다. 한국식 학원 교육에 길들여져 있던 나에게는 효율적으로 수업이 진행되지 않는다고 처음엔 생각했다. 

시험 대비반에서는 읽기, 듣기, 말하기, 쓰기 모두 연습하는 수업을 하지만, 난 오로지 쓰기에만 초점을 맞추고 숙제 이외에도 쓰기 연습을 선생님께 제출했다. 다음 날이면 선생님은 나에게 교정을 마친 종이를 돌려주시며 자주 이런 말씀을 하셨다. ‘아이디어는 좋은데, 문법적으로 문제가 몇 개 있습니다.’ 

한 번은 쉬는 시간에 선생님은 몇몇 학생들에게 혹시 시험 등록을 했다고 물어보면서 쓰기 파트는 다음으로 미루는 걸 추천한다고 말씀하셨다. 선생님은 등을 돌려 나를 보더니 눈빛으로 똑같은 질문을 하시는 듯했다. 아쉽게도 모든 파트를 등록 해 버렸네요. 이번에도 쓰기 파트는 쉽지 순탄치 않을 예정이다.


한 달 조금 넘는 기간 동안 지겨운 정도로 독일어 시험공부에 매달렸다. 그리고 마침내 시험이 끝나고 집에 돌아오는 길 하늘을 날아갈 정도로 속이 시원하다. 답답했던 어떤 공간에서 빠져나온 듯 개운했다. 결과가 어떻게 되었든 간에 후회 안 할 만큼 최선을 다했다고 생각한다. 



작가의 이전글 11월 23일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