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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une gyu Jan 17. 2021

12월 31일

마지막 날 돌아보는 2020년

2020년이 끝나간다. 같이 살고 있는 친구들이 떠나고 혼자 남은 2020년 마지막 날 31일. 인터넷에서는 올해를 표현하는 말에 코로나라는 수식어를 빼놓지 않았다. 나의 지난 1년, 독일에서의 첫 번째 연도. 인터넷에서 말하는 것과 별반 다르지 않게 코로나 19의 영향을 받았다.


이번 연도는 별 수 없다. 몇 가지 계획들이 있었지만, 다 해내지 못했다. 그중 하나는 스코틀랜드 코치 시험을 다시 시험 보는 일이었는데, 시도 조차 할 수 없게 되었다. 계획대로라면 뮌헨에서 자리를 잡고, 생활에 익숙해졌을 즈음 어느 클럽이든 상관없이 15세 아이들을 코치할 수 있는 클럽을 찾고, 코칭 경험을 쌓아 가을에 시험에 재 도전하고 싶었다. 고맙게도 계획했던 것에 일부분이었던 클럽에서의 코치가 되는 일만 해내었다. 


코로나는 나에게 많은 시간을 가져다주었다. 첫 번째 록 다운은 나에게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무력감을 준 게 아니라 이왕 이렇게 된 거 머라도 해 보자라는 생각을 갖게 해 주었다. 그로 인해 내가 머릿속으로 상상만 하고 있었던 러닝 사업을 현실로 옮기기 위해 계획을 세울 수 있게 해 주었다. 독일 남부 알프스에서 뛰는 트레일 러닝 프로그램을 계획했고, 거기에 맞게 러닝에 관련된 포퍼먼스를 보였다. 뮌헨 근교의 트레일 답사 러닝, 네트워크 형성, 버킷리스트였던 42km 달리기 그리고 혼자서 하는 플로깅을 예로 들 수 있다.


두 번째 록 다운은 첫 번째 록 다운과는 다르게 다가왔다. 첫 번째 록 다운보다 더 심한 규제들이 생겨 났고, 난 생산적인 활동을 할 수 없게 되었다. 그렇다고 규제를 무시해 가며 남의 나라에 민폐를 끼치고 싶지도 않았다. 다시 움츠려 드는 기분이 든다. 


하지만 작년 말, 올 초와 비교했을 때 가장 크게 달라진 것은 '한국으로 돌아가면 어떡하지?'란 초조함이 없어졌다는 것이다. 계획한 것들을 많이 이루진 못 했지만 조금이라도 안위할 수 있는 건 비자를 받았다는 것이다. 독일, 유럽에 머무를 수 있는 종이 쪼가리를 받았다는 것이다.



새로운 한 해에 대한 어떤 설렘 없이 받아 드릴 준비가 되어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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