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렌지 맛 아이스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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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namtip

마을을 한 바퀴 돌고 나니 해가 졌다. 우리는 무너진 성당 쪽으로 걸었다. 후이는 성당을 보며 잠시 기도하고 성호를 그었다.


“아마 엄마는 모를걸요. 내가 왜 종종 오렌지 맛 아이스크림을 먹는지” 후이가 먼저 말을 꺼냈다. “아이스크림?” 그러고 보니 며칠 전 센터를 둘러보며 아이스크림을 먹었던 게 생각났다.

“에이전트 오렌지(Agent Orange).” 후이가 나지막이 말했다. 그는 오렌지라는 말만 들어도 몸서리칠 때가 있었다고 했다.


여덟 살쯤이었을까. 후이는 여느 때처럼 축구공을 차다가 목이 말라 센터 사무실로 들어갔다. 글을 막 읽기 시작했을 무렵이었다. 컵에 물을 따르며 늘 그 자리에 있던 팸플릿을 보았다. 영어와 베트남어로 써진 팸플릿을 처음 읽던 날. 그는 엄마에게 달려갔다. 사실이냐고. 눈빛으로 묻는 후이를 응언은 말없이 안아주었다.


후이는 알 수 없는 배신감을 느꼈다. 그날 가게로 돌아왔을 때, 그의 눈에 냉장고에 있던 오렌지 맛 아이스크림이 보였다. 얼음 가득한 오렌지 맛 아이스크림은 슬픔과 함께 그의 입안에서 녹아내렸다.


전쟁은 끝났지만, 그 무자비한 기운은 누구도 멈추지 못했다. 아무것도 몰랐던 한 아이의 세상까지도 무너뜨릴 수 있는 게 지난 전쟁이었다.


후이의 말이 끝나고 나는 침묵으로 답했다. “풀은 마르고 꽃은 떨어지지만, 오직 사랑은 영원히 남습니다” 후이의 잔잔한 목소리가 밤공기를 타고 울려 퍼졌다.



에이전트 오렌지(Agent Orange) : 베트남 전쟁 때 미국에 의해 사용된 고엽제 암호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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