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슬슬 연말모임 얘기가 나온다. 어차피 친한 사람들이니 뭘 입고가도 상관없지만 또 예쁘게는 보이고 싶은 게 여자마음.
빈백에 철퍼덕 누워있는데 뱃살이 느껴진다. 벌떡 일어나 고구마를 꺼냈다. 다이어트를 위해 고구마를 먹는 건 아니라며 혼자 오기를 부려본다.
혹시 모르니(?) 우선 스무 개를 찜통에 넣고 쪘는데 한두 개 먹으니 물린다. 애들도 간식으로 몇 개 먹고는 다른 거 달란다.
너무 많이 남았는데 어쩌지. 머리를 굴려본다. 모두가 외면해 차갑게 식어버린 고구마가 잔뜩 남았다.
어떻게든 먹어치워야 한다는 야심 찬 계획하에 우선 깍둑썰기를 하면서 생각을 해보기로 한다. 단순노동이 주는 편안함 덕분이었을까.
고구마 맛탕을 해보기로 한다.
재료: (오늘은) 찐 고구마 10개 정도, 설탕, 올리고당 혹은 꿀.
1) 웍에 기름을 넉넉히 두른다. 깍둑 썰기한 찐 고구마를 넣어 노릇할 때까지 뒤적거린다.
2) 고구마가 바싹 익었다 싶으면 올리고당 혹은 꿀을 취향껏 두른다.
3) 그릇에 담기 전에 설탕 뿌려 버려!
4) 맛있게 먹는다.
만들면서 한 개 두 개 집어먹다 보니 꿀떡꿀떡 넘어간다. 아이들이 학교에서 돌아올 즈음 식탁에 무심하게 놓아두었더니 '와' 하며 몰려든다.
어제, 그제 먹었던 찐 고구마가 이렇게 된 걸 아는지 모르는지 신나게 먹는다. 그리고는 또 어디서 봤다며 김치를 꺼내어서 함께 먹는다. 어른인 나보다 더 토종 입맛들일줄이야.
나는 김치와 고구마의 조합을 별로 좋아하지는 않지만, 어쨌든 김치 덕분인지 설탕 덕분인지 남은 고구마도 클리어!
행복한 오후를 보내고 우리는 다시 눈빛을 반짝인다.
"저녁은 뭐해먹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