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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namtip Nov 30. 2023

웬만하면 약속이 없어요

웬만하면 시간이 많다는 말

자랑은 아니지만 약속이 별로 없다.

일이 없는 날이면 그저 혼자 있는다. 프리랜서로 오래 일한 덕에 시간을 조절할 수 있다는 것도 한몫을 한다. 이렇게 말하면 할 일 없는 사람 같지만 어쨌든 하루의 대부분이 분주하지 않다.


지난달 지지난달 다이어리를 보니 약속이 잡혀 있긴 한데 한 달에 한번, 최대 두 번의 만남이 전부였다. 2주에 한 번씩 하는 온라인 북클럽 멤버들, 수업을 제외하면 사적인 만남이 거의 없다.


모임을 주최하는 분께는 좀 죄송하지만 아이들 학교 반모임에도 나간 적이 없다. 운동도 아침에 아무도 없는 시간을 선호하다 보니 코치님과 나뿐이다. 큰 테니스장에 먼저 도착한 날에는 그 적막이 내심 좋다.


좀 더 어릴 땐 시간조절이 문제였다. 마감 시간만 있고, 팀을 이루어 일을 하지 않다 보니 어느 날은 며칠 동안 하루에 20시간이 넘도록 일을 하면서도 마무리도 못한 적도 있다.


그와 중에 틈틈이 쉰다고 사람들을 만나러 다니기도 했다. 그건 당연히 휴식이 아니었다. 시간은 시간대로 흘러가고, 결과는 없는 하루하루가 쌓여 자존감이 낮아지기도 했다.


잘 쉰다는 게 자존감과 연결이 된다는 걸 알게 된 이후엔 똑같은 생활을 반복하지 않기로 마음을 먹었다.  일을 좀 몰아서 하더라도 조금 심심하더라도 홀로 있는 시간을 확보하는 편이 좋아졌다.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고 복잡해진 머리가 갑자기 싹 정리되지는 않았다. 그래서 그냥 잡생각이 있으면 있는 대로, 없으면 없는 대로 있는다.


 최근엔 벽돌책으로 수업을 하고 있는데, 아무래도 생각할 거리가 많다. 그러니 더더욱 혼자서 곱씹어 볼시간이 필요하다. 그렇지 않으면 학생과 대화를 나눌 때 한계를 느끼게 된다.


이렇게 써놓으니 결국 고독사하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지만 내년 다이어리에도 빈 칸이 많이 남아있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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