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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namtip Dec 01. 2023

 멋진 시니어 간호사가 되고 싶어요

간호사 이은영

은영은 고등학교 동창이다. 학창시절에는 인사만 하던 사이. 그런데 동생이 대학동아리에서 친해진 좋은언니가 있다고해서 만나보니 은영이었다. 이런게 인연인가!


어느 날 은영이 물어왔다." 연상이 좋아? 연하가 좋아?" 그 질문을 잊었을 즈음 은영은 소개팅을 주선했고, 연상이 좋다는 내 대답에 지금의 남편을 내보냈다.

남편과 소소한 일이 있을 때마다 은영에게 말하면 AS는 알아서 하라며 딱 잡아뗀다. 하긴 본인도 우리 둘이 결혼할지 몰랐겠지. 반품도 알아서 하라는데 그게 생각보다 어렵다. (보고 있나 이은영)하하.


원래는 간호학과가 아닌 경제학과를 지원했다가 결국 다시 공부해서 간호사가 된 은영. 어릴 때부터 다른 사람을 돕는 사람이 되고 싶었다는 그녀는 결국 간호사가 될 운명이었나 보다.


모처럼 쉬면서 더 큰 꿈을 그리는 간호사 이은영을 만나봤다.


part 1: 휴직했어요


남팁: 요즘 얼굴이 참 좋아 보여요. 육아휴직 이후에 이렇게 쉬고 있는 건 처음이죠? 요즘 뭐 하면서 지내는지 궁금해요.


이은영: 네, 드디어 휴직을 했습니다. 하하하. 나는 누구이고, 어떻게 나이를 먹길 원하는가... 그런 고민을 마음껏 할 수 있어서 좋아요. 나를 직면하는 시간입니다. 본질적인 나를 찾아가고 있어요.

이보다 더 좋을 수 없는 시간이에요.  느린 삶이 이런 거구나 생각하고 있어요.  


남팁: 옆에서 보는 제가 더 좋아요. 휴직하는 동안 논문을 마무리하고 싶다고 했죠?


이은영: 10년 전 석사 졸업 논문을 이제야 쓰고 있어요. 10년 안에 졸업을 할 수 있을지 의문이었는데, 벌써 시간이 이렇게 됐네요. 사람에게는 때가 있는 것 같아요. 조금 늦춰졌다고 피해본 것도 없어요. 지금이 오히려 논문을 쓸 타이밍인 것 같아요. 두려움도 있었는데 이제는 해보자라는 마음이 컸어요.


part 2. 신생아 집중 치료실에서


남팁: 간호대학 졸업 후에 신생아 집중 치료실에서 일했었죠?

 

이은영: 네, 미숙아로 태어난 아이들의 생존율을 높이는 역할을 해왔어요. 현장에서 그 역할을 했다는 것에 대해 자부심이 컸어요. 그 자부심을 갖게 해 준 선배들과 교수님이 있었고, 내가 하는 모든 들이 너무 중요한 일이라는 말을 많이 해주셔서 뿌듯했어요.


남팁: 신생아실 중환자실에서 일을 하면서 어땠나요


이은영: 그때가 제일 행복하고 설렜어요. 아이들을 보러 간다는 것 자체가 기쁨이었죠. 지금도 중환자실에 가서 보고 있으면 좋아요. 인큐베이터에 있는 아이들을 보며 항상 인사해주고요.


이은영: 아이와의 관계가 깊어지면 부모와의 관계도 자연스레 깊어져요. 그런 관계들이 마음에 남아요. 아이가 사망한 적도 있어서 정말 힘들었지만 그 시간들이 다 소중합니다. 아직도 연락하는 부모님도 있어요. 벌써 그 아이가 초등학교 3학년이네요. 선생님 덕분에 힘든 시간을 견딜 수 있었다고 부모님께서 고맙다고 할 때 뭐라 말할 수 없는 감동이 있습니다.


part 3. 코로나를 지나고


남팁: 신생아 중환자실에서 임상 간호사로 10년을 하다 감염관리실에서 일하는 행정 간호사로 6년을 근무했는데요. 행정 간호사일을 하게 된 계기는?


이은영: 첫째를 출산할 즈음 임상 간호사들이 하고 있던 연구가 ‘감염’에 관련된 일이었어요. 감염관리실에 선배가 있어서 전문가적인 조언을 듣고자 이야기하다 보니 이쪽에 관심이 있으면 생각을 해보라고 권유를 받았고요. 그래서 시작하게 됐습니다. 그렇게 첫째를 낳고 일을 하다가 쌍둥이를 낳고 다시 돌아갔는데 코로나가 터졌어요. 복직하고 1년 정도 지나서 코로나가 터진거죠.


남팁: 때 힘들었다는 말로도 모자랄 만큼 바쁘고 고생했죠. 뭔가 도움이 되지 못해서 안타까울 정도였어요.


이은영: 제가 인천에 있는 병원에 근무하는데요. 인천공항이 있는 곳이라 어떻게든 방어하려고 정말 노력했어요. 그때는 국가 지침에 따라 병원의 감염환경을 모두 관리했습니다. 환자들의 감염을 가장 우선적으로 관리해야 하는데, 그러려면 주변 관리가 매우 중요해요. 그래서 의료진, 병원 시설, 직원들의 감염과 관련된 모든 걸 점검했습니다.

  

이은영: 환자에게 감염균이 나타나면 검사를 하는 부서가 있어요. 그 부서와 결과를 분석하고, 어디서 나왔을지 환자 주변을 파악해야 해요. 그 환자를 진료했던 의료진들을 살피고, 어떻게 다시 청정한 환경으로 만들 수 있을지 고민합니다. 병원 시스템의 문제가 있다면 임원진과 회의를 해야 하고요. 저는 병원 설계도까지 봤어요. 병원 공조 시스템까지 모두 알아야 일이 돌아가더라고요.


이은영: 간호사가 왜 공조 시스템을 알아야 하냐고 묻는 사람도 있었는데 저는 감염과 밀접하다고 생각했어요. 성격상 그렇게 해야 직성이 풀리는 것도 있었고요. 전기 기사님들과도 엄청 친하게 지냈습니다. 하하하


남팁: 친구지만 대단하다고 생각했어요.


이은영: 사실 신생아 집중 치료실일도 육체적으로 쉬운 일은 아니에요. 그런데 동료들이 코로나 때 제가 일하는 모습을 보고 정말 힘들게 일했다고 말해주더라고요. 책임감의 종류가 달랐던 것 같아요.



part 4: 멋진 시니어 간호사를 꿈꿉니다.


남팁: 오래전에 코이카(KOICA)로 해외에 나가서 시니어 간호사 활동을 하고 싶다고 했었죠


이은영:   만약 가게 되면 모자보건과 감염전문가로 동시에 활동할 수 있어요. 개발 도상국에서는 외부 도움 없이 고통을 받는 사람들이 많아요. 


이은영 : 저는 결혼과 코이카 중에 결혼을 선택했거든요. 그런데 결국 가슴 깊이 남아있는 꿈은 코이카 활동인 것 같아요. 시니어로 활동할 때 젊은 의료진들을 포용할 수 있는 그릇이 되기 위해 노력하고 싶어요. 좋은 어른이 되고 싶습니다. 


이은영: 지금까지의 경험은 결국 제가 원하는 길을 가기 위한 준비라고 생각합니다.


남팁: 너무 멋집니다. 응원할게요.


이은영: 고마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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