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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namtip Dec 08. 2023

인도에서 온 편지

인도 NGO 대표 J R Dwarakanath Naidu (Hanul)

2005년 여름의 방갈로르 공항이 아직도 생생하다.

짐을 찾아 밖으로 나오자 서로의 목소리를 듣지 못할 만큼 시끄러웠던 자동차 경적소리. 눈물이 줄줄 날 정도로 매연이 가득했던 거리. 우리를 환영하는 종이를 들고 이쪽으로 오라고 손짓하는 그를 따라 정신없이 인파를 뚫고 나갔던 기억.


숙소로 가는 동안 사이드 미러 없이 질주하던 차 안에서 손을 모아 안전하기 만을 기도했었고, 갑자기 길가에 소가 나타나자 운전기사는 아예 시동을 끄고 소가 일어날 때까지 하염없이 기다리기도 했다. 낯선 외국학생들을 보며 차를 막아서는 인도사람들의 호기심을 뒤로 한채 3층으로 된 낡은 건물 앞에 도착한 순간. 모두 한숨을 내쉬며 너털웃음을 지었던 그때.  


숙소에 짐을 풀고 그의 첫마디를 듣기까지 무려 4시간이 넘게 걸린 셈이었다. 인도식 이름은 말해주지도 않고 이전 봉사팀에서 지어준 한국이름이 있다며 그는 자신을 하늘(Hanul)이라 소개했다.


하늘이 광복절마다 이 날을 잊지 말라며 메시지를 보내온 지 벌써 15년이 넘었다.


한국에서 회의가 있어 딱 한번 본 뒤로 직접 얼굴을 본 적은 없지만 돌이켜보니 내가 어디에 있던 꾸준히 메시지를 보내준 하늘이 있어 아직까지 우리가 연락을 하며 지내나 보다.


 '아주 사적인 인터뷰'

오늘은 인도 NGO International Volunteers Trust의 대표인 '하늘(Hanul)을 소개합니다.  


* 이 인터뷰는 지면으로 진행됐습니다.


part 1. 당신의 이름


남팁: 이번에 메일을 주고받으면서 정식 이름을 오랜만에 봤어요. 늘 '하늘'이라고만 불렀는데 그렇죠?


하늘: NGO를 처음 시작했을 때 한국에서 7명의 봉사자들이 왔어요. 14일간 저와 함께 했거든요. 그땐 단체가 시작된 지 초창기라 같이 만들어나가는 심정으로 정말 열심히 일했어요. 이 친구들과는 아직도 연락해요.

떠나기 전날 기념으로 사무실에  한국과 관련된 그림을 그리고 각자의 이름을 썼는데, 이 친구들이 저에게 한글 이름이 있냐고 묻더라고요. 아직 한국이름이 없다고 하니 '하늘'처럼 넓은 사람이 되라고 이름을 만들어줬어요.


남팁: 저도 그 벽화 기억나요. '하늘'이라는 이름을 지어준 분들이 있어 그 이름을 우리가 부른다는 게 묘한 감정이 들더라고요. 그때까지는 한국에 온 적이 없었잖아요.


하늘: 맞아요. 그런데 그 이름으로 살아온 지 벌써 20년이 넘었습니다.


벽화에 선명이 남아있는 '하늘'이라는 이름

part2. 당신의 일


남팁:  어떤 일을 하고 있는지 소개해주세요.


하늘: 제가 운영하는 단체의 이름은 International Volunteers Trust – India(R) (IVT-India)에요. 전 세계 NGO 들과 협력해서 인도의 지역사회 환경을 개선하는 일을 하고 있습니다.


남팁: 제가 인도에 갔을 때 머물렀던 숙소 옆에 쓰레기 마을이 있었던 게 생각이 나요. 지도에도 없는 곳이었어요. 쓰레기가 곳곳에 산더미처럼 쌓여있었고, 더 충격적이었던 건 땅바닥에 초록물이 흐르던 모습이었어요. 그곳에서 아이들이 커 간다며 우리에게 그날 본 걸 잊지 말라고 했었죠.       


하늘: 맞아요. 20년을 넘게 이 일을 해오면서 생각하는 건 우리는 우리가 닿을 수 없는 곳에 도달하려고 하는 사람들이라는 겁니다. 아이들과 노인을 위해 일을 하는데, 눈에 보이는 변화가 크지는 않아요. 하지만 항상 처음처럼 교육을 하고 건강과 위생에 대해 알려주고 있어요. 그때 함께 갔던 쓰레기 마을도 변하고 있지만 한편으로는 변하지 않았거든요.  하지만 그곳에서도 생각이 달라져 삶을 개선하고자 하는 사람들이 생깁니다. 그게 저의 일입니다.


남팁: 그렇군요. 당시에 저희가 출발하기 전에 폴라로이드 사진기를 꼭 가져와 달라고 했었죠.


하늘: 네, 아이들에게 사진을 남겨주고 싶었어요. 태어나서 자기 사진 한 장 가져보지 못한 아이들이 많거든요.  Junny(하늘을 날 주니라 부른다.)가 오기 전 봉사팀과 피드백을 하다가 사진얘기가 나왔고, 그걸 요청했었던 거예요.


남팁: 기억나요. 폴라로이드 필름에서 자신의 얼굴이 서서히 나오기 시작하자 아이들이 눈을 뗴지 못했어요. 신기했나 봐요.


하늘: 그 이후에도 자원봉사자들과 아이들 사진 찍는 시간을 종종 갖곤 합니다.


part 3: 당신의 꿈


남팁: NGO 운영을 하면서 어떤 꿈이 있는지 궁금합니다.


하늘: 처음부터 지금까지 저의 목표는 확실합니다. 버려진 고아들과 노인들이 보호를 받으며 삶을 꾸려나갈 수 있는 곳을 만드는 겁니다. 여러 손길들이 필요한데 그동안 한국에서 온 봉사팀들 덕분에 그 꿈에 한 발짝 다가서고 있어요.


남팁: 2005년 당시 저와 함께 인도에 갔던 팀원들 중에는 국제기구나 구호 단체에서 일하는 친구들도 많아요. 저도 저를 파견했던 단체에서 일을 했고요. 하늘 덕분에 세상을 어떻게 변화시킬 수 있는지 생각하는 기회가 되었어요. 한국의 독자들에게 마지막으로 전하고 싶은 말이 있나요?


하늘: 기회가 되면 인도에 와서 저와 함께 자원봉사하고 세상에 최선을 다하는 게 뭔지 알아갔으면 좋겠어요.


남팁: 감사합니다.


하늘: 안녕히 계세요.


멋진 사진을 보내달라고 했더니 오토바이 타는 사진을 보내주었다. 하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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