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췌한 얼굴로 작가실에서 밀린 원고를 쓰던 어느 날. 친한 피디님이 와서는"작가님 29살이시죠?"라고 대뜸 묻는 게 아닌가. 고개를 연신 끄덕이며 손가락은 자판을 두드리고 있었는데 "그럼, 제 후배랑 인터뷰 좀 하시죠. 29살만 인터뷰한다는데 제가 작가님 추천했어요."
what?
이 사람이 제정신인가? 순간 정신이 번쩍 들어 총총 멀어져 가는 그의 옷자락을 잡았다. "아니 내가 뭐라고 인터뷰를 해요?" 그때 음흉한 눈빛을 보내며 피디님이 했던 말이 마음을 울릴 줄이야.
"29년이나 살아왔잖아요."
잘 살아온 게 아니고 그냥 밥 먹고 29년간 자랐다는 게 더 정확한 표현일 테다. 누가 봐도 지극히 평범한 내가 인터뷰를 할 수 있을까.
어쨌든 29년이나 살아온 건 자명한 사실이라 빼박도 못하고 인터뷰 날은 다가왔다. 지금은 너무 유명한 29CM가 막 성장하던 때였는데 29CM의 특별기획인 스물아홉들의 인터뷰에 참여하게 된 것이다.
홍대에서 후배라는 분을 만나러 나름 쫙 빼입고 기다리면서 지금이라도 도망가야 할지 고민했던 기억이 난다. 귀엽게 생긴 후배가 찾아와 본인도 스물아홉이라며 잘해 보자고 했던 그 첫마디가 참 신선했다. 평소 나이에 큰 의미를 두지 않았지만 준비한 질문에 답하면서 다시금 나를 돌아보게 되었던 날이었다.
part2. 지금까지 살아온 당신이라서
"나를 인터뷰한다고?"
인터뷰를 요청했을 때 가장 많이 들었던 답변은 '별로 할 말이 없다'는 거였다. 평범한 사람을 인터뷰할게 뭐가 있냐며 다들 다른 사람을 찾아보라고 했다. 그때마다 내 29살 첫 인터뷰가 생각이 났다. 그리고 그때의 경험 덕분에 인터뷰를 강요(?) 할 수 있었다. 당신은 평범한 사람이 아니라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었다.
29살 당시 일에 치여 그냥 하루하루 지내던 내게 인터뷰는 큰 전환점이 되었다. 서른 기념으로 스페인을 다녀오게 된 것도 인터뷰 덕분이고, 지금까지 아프리카 아이를 후원하고 있는 것도 나이가 들어서도 후원을 하고 싶다는 인터뷰 때의 약속이다.
내 친구들은 알고 보니 도전가였고, 예술가였다. 자신의 꿈 이야기를 하며 우는 이도 있었고, 알고 보니 내가 이런 생각으로 살아왔냐며 스스로 놀라는 이도 있었다.
그들의 답변을 듣고 정리하며 다시금 나 혼자 눈시울이 붉어졌고, 웃기도 했다. 그리고 훗날 '아주 사적인 인터뷰'가 이들의 인생에 어떤 의미가 될지 모른다는 알 수 없는 책임감이 생긴 적도 있다.
part3. 끝인사
이렇게 작년 11월 3일에 시작된 '아주 사적인 인터뷰'를 마무리하려 합니다.
아주 시원 섭섭하고요? 기념으로 맛있는 것도 알아서 잘 먹겠습니다. ㅋㅋㅋㅋㅋ
지금까지 읽어주신 모든 분들 고맙습니다.
2024년 한 살씩 먹은 당신! YOU! 그만큼 살아와서 멋있고 대단합니다. 잊지 마시길!
이대로 끝내기 아쉬워서 갑자기 해본
셀프 인터뷰
남팁: 요즘 욕심이 생겼다면서요?
작년부터 나를 위한 글쓰기를 시작했는데요. 처음으로 '욕심'이란 게 생겼습니다. 글을 잘 쓰고 싶어요.
원래 목표도 계획도 없는 사람인데 이렇게 욕심이 생겨 어색하기만 합니다. 하지만 계획은 안 세워도 욕심은 낼 수 있는 거니까요. 하하하
남팁: 하고 싶은 말
인터뷰해주신 모든 분들 너무 고마워요. 혼자서 '아주 사적인 인터뷰' 시즌1이라고 이름을 붙이며 시작했는데요. 혹시 아나요. 언젠가 시즌2가 다시 시작될지요. 그때 저와 인터뷰를 하게 될 분들께 미리 감사 인사드립니다. 하하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