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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namtip Dec 29. 2023

그녀의 '행복에너지'는 어디서 나올까?

라오스 국제학교 한국어 교사 김문영

그녀를 처음 만나던 날이 기억난다. 임신초기 라오스에서 영어모임에 나가고 있었는데 외국인들이 하나같이 '보나'라는 한국인이 있다며 꼭 만나보라고 말했었다. 한국에 갔던 그녀가 온다던 날. 하필 입덧이란 게 시작됐고 그날 아침부터 모든 냄새를 느끼며 헛구역질을 하던 그때 '보나'를 만나게 된 것이다. 물론 그녀는 모른다. 내가 그날 어떤 상태였는지. 하지만 이미 얼굴이 창백하진 나에게 계속 안부를 물어왔던 그녀의 친철함에 눈물이 찔끔 났었더랬다. 그렇게 라오스에서 만나 지금까지 10여 년을 알고 지내면서도 어쩜 이렇게 밝고 명랑한 사람이 있을까 생각한다.  

라오스에서 한국으로 돌아오던 날 보나는 나에게 직접 만든 김밥을 건넸다. (나는 그녀의 김밥을 많이 좋아한다) 비행기 안에서 먹으라며 직접 건네준 그 김밥을 먹으며 또 한 번 펑펑 울었었다.


라오스 생활 14년 차다 보니 김문영이라는 한국이름 대신 외국인들 사이에서 '보나'라는 세례명으로 불리는 그녀. 현재 라오스 국제학교에서 파트타임 한국어 교사로 일하고 있지만 사실 보나의 주된 활동은 자원봉사다. 경력 10년 차 자원봉사자의 삶은 어떨지.


'아주 사적인 인터뷰' 오늘은 라오스 국제학교 한국어 교사 김문영(보나)과 이야기를 나눠보려 한다.


*실제로 불리는 이름이 '보나'이기에 인터뷰 속 이름도 김문영대신 보나로 대체했습니다.


part 1. 한국어를 가르치고 있어요.


남팁: 안녕하세요! 인터뷰 연재를 시작하기 전부터 미리 요청드렸는데 바빠서 이제야 인터뷰를 할 수 있게 되었네요. 지금 한국어 수업은 두 곳에서 하고 있죠?


보나: 네 , 라오스 국제학교( International schoo of laos)의 6학년부터 8학년 학생들은 제2 외국어로 한국어를 배웁니다. 그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고요. 라오스 국가 대표 야구팀에서 한국어를 가르치고 있는데 야구팀은 자원봉사로 하는 거예요. 3년째 선수들과 함께 하고 있습니다.


남팁: 원래 전공은 한국어 교육이 아니었죠?


보나: 사실 제 전공은 유아교육과 아동복지예요. 라오스 오기 전에 유치원 원감으로 있다가 오게 됐거든요.  그런데 여기에 있으니 한국어를 가르치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다시 공부했어요. 코로나 기간 동안에 지금까지 하던 봉사활동을 할 수 없게 되면서 시간이 생겼어요. 그래서 그때 사이버대학교 한국어 문화학과에 입학해서 공부를 했어요. 그런데 수업을 듣고 있을 때 야구팀 자원봉사 제안을 받은 겁니다.


남팁: 국제학교 학생들이 제2 외국어를 배우는 건 이해가 가는데요. 라오스 국가대표 야구팀에서 한국어 수업이 필요한 이유가 있을까요?


보나:  라오스 야구팀에서 한국으로 코치 연수를 가거든요. 한국으로 선진 야구를 배우러 가는데 연수를 갈 선수들을 가르칠 선생님이 필요하다고 하더라고요. 일주일에 한 번씩 수업을 하고 있는데요.  벌써 한국으로 한 명이 3개월 연수를 다녀왔습니다.


보나: 이번에 라오스 국가대표 야구팀이 2023  항저우 아시안게임에서 최초로 1 승했어요. 기적이라고 다들 그랬어요. 드라마 같은 일이죠. 너무 자랑스럽더라고요.


라오스 국가대표 야구팀 선수들과 함께(화면 왼쪽, 오른쪽 아래 사진)/  라오스 국제학교 학생들(화면 오른쪽 위)


part 2.  나눌 수 있어 행복합니다.


남팁: 아들이 초등학교 입학하면서 자연스레 자원봉사를 시작했다고 들었어요.


보나: 네, 저희 아들이 비엔티엔 국제학교에 다니는데요.  처음 시작은 외국인 엄마들을 만나면서 영어공부를 해볼까 해서 시작했는데 벌써 10년이 되어갑니다.


보나: 행사 중에서 제일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이 핑크리본 행사(유방암 환자 돕기), 원월드데이 (여러 나라 문화 알리기) 그리고 펀 앤 페어(불우이웃 돕기 기금마련) 이렇게 세 가지예요. 학교에서 하는 행사이지만 기금을 모아서 불우한 이웃을 돕는데 쓰이는데요. 오래 하다 보니 이제는 저도 아들과 함께 핑크리본 핀을 팔아서 개인기부도 함께 하고 있어요.


남팁: 봉사활동을 하면서 외국인 친구들도 정말 많이 생겼죠?


보나: 맞아요. 저도 몰랐는데 제가 새로운 문화에 거부감이 없더라고요. 특히 세계 어느 나라 음식을 먹어도 맛있어요. 그게 한 몫하는 것 같아요. 뭐든 잘 먹으니까 친구집에 초대를 받아도 쉽게 응할 수 있고요. 그런 제 모습을 보면서 사람들이 함께 있는 게 편하다고 하더라고요.  


보나: 봉사활동을 하려면 친구들이 많이 필요해요. 여기저기 연락을 해서 그때그때 필요한 사람들을 모집해야 하거든요. 제가 즐거워서 하다 보니 친구도 생기고 자원봉사 코디네이터로까지 일하게 되었어요.


남팁: 이렇게 자원봉사를 계속하는 이유가 있나요?


보나: 자기만족이 커요. 내가 할 일을 했다는 기분이요. 제가 엄청난 부자는 아니지만 가지고 있는 것을 나눌 수 있다는 게 행복합니다. 나눔 자체가 좋아요. 저희 아들도 그렇게 자랐으면 좋겠어요.



part 3. 꿈


남팁: 앞으로 계획하는 일이 있나요?


보나: 질문지에 꿈이라는 단어를 보고 있으니 50살이 다 되어가는 나에게도 설렘이 느껴져요. 저는 여행을 테마로 한 카페를 열고 싶어요. 갱년기를 잘 극복한 뒤에  작은 카페를 차려서 외국인 친구들과 만났던 이야기를 공유하고 싶어요. 사진과 함께 짧은 글을 써서 전시도 하고 메뉴도 각 나라별로 음식 한 가지씩 만들어서 메뉴판을 만들고 싶어요. 외국인 친구들이 맛있게 해 주던 음식들을 다시 손님들에게 대접하고 싶은 꿈이 있어요.


보나: 저도 경력단절이었지만 봉사활동을 하다 보니 새로운 길이 열리고 사람을 통해 새로운 일이 주어지더라고요. 진심을 보여주면 전 세계 누구든 마음을 열고 친구가 된다는 걸 자원봉사를 통해 알았어요.


남팁: 항상 긍정적인 보나를 보면 저도 배우는 게 많아요. 오늘 너무 감사합니다.


보나: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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