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락모락 김이 난다. 매번 입맛만 다시다가 기어이 모퉁이를 돌아 만둣집 앞이다. 봄기운이 어슴프레 묻어나는 2월의 저녁엔 만두다. 입춘이 지나면 내 몸은 즉각 봄을 향해 돌진한다. 햇빛이 따사로워질 때까지 한없이 배가 고프다. 슬슬 기지개를 켜고 봄 맞이를 한다는게 이렇게까지 난리법석인지 모르겠다.
분명 친구와 저녁을 먹고 헤어졌는데 딱 만두 한 알 만큼의 배가 비었다. 뜨끈한 고기만두라면 내게 알맞은 기쁨을 줄게 분명하다.
집에 가서 냉동만두를 먹어도 될 테지만 문득 유명하다는 만둣집이 근처에 있는 걸 떠올렸다. 차를 타고 갈 때마다 큰 김이 나던 그 가게다. 삼삼오오 만두를 기다리는 사람들이 보이고 벌써 군침이 돈다. 고기만두, 김치만두, 새우만두를 주문했다.
만둣집 사장님이 뚜껑을 열 때마다 수증기가 올라오고 덩달아 만두 찌는 냄새가 퍼진다. 별 생각이 없던 사람도 발걸음을 멈춰 지금 어떤 만두가 있는지 흘깃 확인을 한다. 그리고 걷던 길을 가다 결국 다시 돌아와 만두를 주문한다.
줄이 길어질수록 미리 주문을 한 사람들은 왜인지 모르게 의기양양하다. 내가 먼저 만두를 집어먹을 수 있다는 게 그렇게 좋을 수가 없어 입꼬리가 실룩실룩 하지만 애써 감춰본다. 한술 더 떠 만두가 쪄질 때마다 가판대로 다가가 내 차례가 이제 거의 다 왔다는 걸 보여준다. 그리곤 안경에 뽀얗게 김이 서린채 그저 허허실실이다.
고기만두, 김치만두, 새우만두 시키신 분. 드디어 내 차례. 만두 세 판을 손에 들고 저 멀리 깜빡이를 켜고 기다리는 남편에게로 간다. 차 안 가득 만두 냄새가 가득 찼는데 집에까지 가서 포장을 뜯을 여유는 없다.
노란 고무줄을 신나게 튕기며 뚜껑을 열고 만두를 집어든다. 신호대기에 맞춰 남편입에 한 개를 넣어주고 나도 호호 불어 통째로 만두를 입에 넣는다.
너무 뜨거워 씹기도 어렵지만 목구멍을 타고 뱃속까지 뜨끈한 만두 한알이 들어가자 마음 한구석이 꽉 채워진다. 아니 대체 마음을 어디까지 채운걸까. 집까지 가는 그 짧은 시간에 만두 세 판을 다 먹어버렸다.
마냥 뿌듯한 2월의 저녁이다.
사진출처:핀터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