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수석에 앉아 습관처럼 라디오를 켰다.
오랜만에 나들이가 기분이 좋으니 차가 좀 밀려도 그저 신난다.
사실 길이 뚫릴까 조마조마했더랬다.
라디오 주파수를 돌릴까 말까 했는데 93.1에서 피아니스트 임동혁의 데뷔 20주년 기념 방송이 들려온다.
십 대 임동혁의 첫 쇼팽이 들려왔다. 왜 임동혁의 쇼팽은 늘 겁에 질린 아기새 같을까. 그만큼 섬세해서일까.
쇼팽이 끝난 뒤 드디어 슈베르트다. 국제적인 쇼팽 콩쿨 수상자이지만 연주자가 가장 아끼고 사랑하는 음악가는 슈베르트(그럴 수 있지!피아니스트 손열음도 가장 좋아하는 악기가 바이올린이니까).
나도 임동혁의 슈베르트를 사랑한다. 거침이 없고 더 이상 두려운 아기새의 모습도 없다.
길이 막힌 덕분에 오랜만에 차 안에서 임동혁의 음악을 꼼꼼하게 오래오래 음미했다.
그리고 돌아오는 길에는 라라랜드 바이닐과 와인을 사 왔다.
늘 오늘만 같아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