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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namtip Aug 25. 2024

때마침 매미가

두런두런 가을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오후 2시.

태양이 마지막 남은 힘을 모아 우리의 옷을 벗기려 안간힘을 썼지만 어째 한여름만 못한 게 사실이지.

이제는 저 언덕을 오를 수 있을 거란 생각이 동시에 든 것일까.


둘은 봐왔던 언덕 위의 카페를 향해 걷기로 했다.

지난여름 언덕 아래에서 이 더위가 끝나길 얼마나 기다렸던가.


남자가 말했다. "이제 매미는 가고 귀뚜라미가 왔네."

여자가 말했다. "그러게 요 며칠 매미 소리를 들은 적이 없네"


언덕 초입에 있는 이름 모를 그리고 늘 봐왔던 큰 나무를 지나며 고개를 끄덕이는데

때마침 매미가 귀청이 떨어질 듯 울어재꼈다.

단시간에 퍼붓는 비처럼 매미가 운다.

천둥 같기도 하다.


둘이 동시에 쓰러질 듯 웃어본 건 그때가 처음이다.

같은 시공간에 남자와 여자, 매미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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