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런두런 가을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오후 2시.
태양이 마지막 남은 힘을 모아 우리의 옷을 벗기려 안간힘을 썼지만 어째 한여름만 못한 게 사실이지.
이제는 저 언덕을 오를 수 있을 거란 생각이 동시에 든 것일까.
둘은 늘 봐왔던 그 언덕 위의 카페를 향해 걷기로 했다.
지난여름 언덕 아래에서 이 더위가 끝나길 얼마나 기다렸던가.
남자가 말했다. "이제 매미는 가고 귀뚜라미가 왔네."
여자가 말했다. "그러게 요 며칠 매미 소리를 들은 적이 없네"
언덕 초입에 있는 이름 모를 그리고 늘 봐왔던 큰 나무를 지나며 고개를 끄덕이는데
때마침 매미가 귀청이 떨어질 듯 울어재꼈다.
단시간에 퍼붓는 비처럼 매미가 운다.
천둥 같기도 하다.
둘이 동시에 쓰러질 듯 웃어본 건 그때가 처음이다.
같은 시공간에 남자와 여자, 매미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