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번 더 파도가 밀려왔어야 했다.
하지만 매 순간의 바다를 매만지는 건 인간의 영역이 아니다.
기다리던 파도는 없고 불던 바람도 멈춘 바다.
서핑보드에 서 있다가 앉았다. 그리곤 아예 누워버렸다.
한없이 수평선 너머를 바라봤다.
이토록 거친 파도를 기다린 적이 있었나.
인생의 파도를 피하기 위해 땀이 눈물방울이 되도록 기도한 적은 있어도
오는 파도가 작아지면 한숨을 쉬었던 적은 없었는데
이 바다를 걸었던 이를 생각한다.
말도 안 되는 소리에 고개를 설레 설레 저었었고
코웃음을 쳤었지만
풍랑 속에 손을 내미는 이가 있다면 오직 이 우주를 만든이란 것을 깨닫는다.
고요한 바다에서 넘실대는 파도와 거친 빗방울을 떠올리는 게 되는 건
이미 나는 파도를 넘을 준비하고 있기 때문일지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