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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namtip Nov 08. 2024

내 방식의 애도

근원적인 질문


비가 그친 뒤에도 방에는 소리의 잔향이 남아있다. 이제는 이불속으로 숨어버릴 수 없다는 걸 깨달았다. 위로가 필요한 땅에서 내가 할 수 있는 건 기도뿐이다. 그런데 무얼 위해 기도한단 말인가. 내가 손을 모은다 한들 달라지는 게 있을까.


**삶은 아름답지만 슬픈가, 아니면 슬프지만 아름다운가?

 

창문 앞으로 가서 무릎을 꿇기 전에 가장 근원적인 질문을 해봤다. 딱히 떠오르는 답은 없지만 분명한 사실은 살아있는 자들은 앞으로 나아가야 한다는 것이었다. 보통사람의 평범한 기도가 쌓여 기적을 이룰 수 있다면 살면서 아름다운 순간이 더 많아지지 않을까.


잔혹한 시대를 겪지 못해 다 이해할 수 없을 거라고 생각했던 약자들의 고통을 타지의 영혼들이 일깨워 준다. 억울하게 목숨을 잃은 자들의 애통함은 어떻게든 드러나게 마련이다.    


해가 떠오르기 시작했다.  점처럼 보이던 태양이 이내 반쯤 모습을 드러냈다. 태양의 열기는 혼령의 흔적을 모두 삼켰다. 밤새 나를 꿰뚫었던 음파들도 공기 중으로 흡수되고, 서서히 빛이 땅을 달궈 새벽을 증발시켰다.

음지가 양지가 되고 구석구석 따스한 손길을 받은 땅이 보였다. 언제쯤 우리는 구원을 받아 영혼의 자유함을 누릴 수 있을까.


나는 손을 모아 진심으로 읊조렸다. 이렇게 고운 대지의 입자에 하나하나 담긴 고통의 근원이 사라지기를. 때때로 좌절하고 또 엎어지겠지만 세상을 이루는 것의 대부분이 희망이 되기를. 더 이상 그들의 울부짖음이 빗속에 씻겨 내려가지 않고 태양빛에 고스란히 드러나기를. 그리고 살아남은 이들은 자신의 생을 온전히 누리다 평안히 흙으로 돌아가기를. 그렇게 된다면. tout court, 더할 나위 없이 기쁨에 겨워 양팔 벌려 흥겨울 것이라고.  




**삶은 아름답지만 슬픈가, 아니면 슬프지만 아름다운가? : 줄리언 반스 <우연은 비켜가지 않는다>에서 엘리자베스 핀치가 모두에게 했던 질문을 인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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