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사실 떡볶이를 별로 좋아하지 않아'.
신나게 순대를 집어먹다가 너무 들떴던 걸까. 주워 담지도 못할 말을 내뱉었다. 홍대 근처 작은 떡볶이집의 분위기가 삽시간에 변했다. 오랜 친구의 놀란 토끼눈을 보며 이게 큰일인가 싶었는데 그럼 너는 여기 왜 온 거냐는 매서운 눈초리를 혼자서 다 받아내야 했던 그날. 난 깨달았다. 떡볶이를 싫어할 수도 있지만 발설할 수 있는 곳은 따로 있다는 걸. 절대 분식집에서는 안. 된. 다.
시끌벅적 행복 가득한 그 공간에 정적이 흐르던 찰나. 20년 전 그때 나는 정말 죽는 줄 알았다.
떡볶이가 왜 싫으냐고 묻는다면 그건 철없던 옛날일이며 이제는 퍽 좋아하게 되었다는 걸 먼저 말하고 싶다. 그래야 속 편하게 글을 쓸 수 있을 것 같다.
우선 나는 탱글탱글하고 쫄깃쫄깃한 식감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이 모든 조건이 충족되는 아이가 떡이다. 포슬포슬한 떡도 있다고 반문한다면 떡볶이 떡은 그렇지 않다고 대답할 수밖에. 어쨌든 그 포슬포슬함 때문에 그나마 먹는 게 시루떡인데 이것도 몇 년에 한 번 먹을까 말까 한다.
떡을 아예 안 먹는 건 아니다. 구운 떡은 가끔 먹는다. 떡을 구우면 바삭한 식감이 겉면에 생기는데 그건 또 그렇게 맛있다. 이런 이유로 떡볶이는 잘 안 먹어도 떡꼬치는 좋아한다고 하면 대부분 면죄부를 받았다. 그래서 항상 떡꼬치 얘기를 뒤에 꼭 하곤 한다.
이렇게 떡을 안 좋아하는데 떡을 잔뜩 넣어서 만든 음식들 즉 떡국, 떡볶이는 좋아할 리가 없다. 식당에서 만둣국이 먹고 싶은데 떡만둣국 밖에 없을 땐 떡은 빼달라고 꼭 부탁했었다.
학창 시절 나는 분식집을 잘 가지 않았다. 나는 떡튀순 중에 순대만 먹기 때문이다. 그런데 분식집 순대는 거의 비슷하기 때문에 금방 질린다. 그럴 바에야 전문 순댓집을 가는 게 낫겠다 싶어 남들 분식집 가는 학창 시절에 아저씨들이 득실득실한 순댓국집을 다녔다. 순대도 나름 탱글탱글한 식감이지만 항상 예외는 있는 법이다. 순대와 곱창이 그렇다. 이 둘은 계속 씹어서 넘길 수 있다.
떡볶이를 좋아하는 아이들을 낳았다.
떡은 쳐다도 안 보던 나인데, 내 뱃속에서 떡볶이를 좋아하는 아이가 두 명이나 태어났다. 물배를 채워가며 매운 떡볶이를 먹는 아이들을 보면서 이게 그렇게 맛있나 싶었다. 그러다 한두 개 남긴 떡이 아까워 주워 먹다 보니 보기보다 괜찮네? 그러다가 어느 날 나도 내 떡볶이 한 접시를 시키는 날이 오고야 말았다.
달콤 짭짜름한 매운맛에 버무려진 떡볶이는 요즘 들어 입에 착 붙는다. 그리고 쫀득한 느낌도 마냥 거북스럽지 않다. 가끔 스스로도 놀라는 건 문득문득 떡볶이가 먹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는 거다.
어느 날 저녁, 자발적으로 떡볶이를 배달시켜 먹은 날. 개인 SNS에 "왜 떡볶이를 먹는지 이제야 알 것 같다"는 한 문장에 떡볶이 러버들이 난리가 났었다. 그렇다면 너는 지금까지 떡볶이를 좋아하지 않았다는 것이냐! 이건 말도 안 된다!라는 지인들의 댓글들이 달렸던 기억이 난다.
마흔이 넘어서야 떡볶이의 매력에 빠졌다는 걸 이제야 고백한다. 이 글을 쓰는 순간에도 떡볶이가 먹고 싶은 걸 보면 꽤 좋아하는 음식이 된 건 분명하다.
사진출처: Pinteres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