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말 잠을 자려고 누웠는데 카드가 없어진 걸 발견했다. 그날 오후 스포츠용품점에서 물건을 산고 난 뒤 두고 온 것 같았다.
핸드폰 문자로 승인 내역이 온 게 없는 걸 보니 직원분이 아주 잘 보관해 두신 게 분명했다. 오늘 아침 전화를 해보니 역시 가게에 잘 있다고 한다.
둘째를 발레학원에 들여보내고 첫째와 분실카드를 찾아 서점에 가서 결제를 하려는데 어? 방금 받아온 카드가 또 사라졌다.
발레시간이 끝나기 전에 카드를 찾아야겠다는 생각에 왔던 길을 다시 갔다가 또 가보고 아까 카드를 받아온 스포츠용품점까지 다녀왔다.
혹시나 싶어 자포자기하는 심정으로 다시 서점에서 서성거리니 직원이 혹시 카드를 분실하셨냐는 거다.
거의 울먹이며 그렇다고 하자 방금 키오스크에서 발견된 카드 이거 맞냐고 확인하라시는데 아차 싶었다. 키오스크로 결제하려고 하다 잘 안되어서 직접 결제하려고 간 그 찰나에 카드를 안 뽑았던 것이다. 한 번만 다시 확인할걸.
카드를 분실한 건 모두 내 책임인데 잘못하면 옆에서 이것저것 물건을 만지작거리던 첫째를 타박할 뻔했다. 네가 신경 쓰이게 해서 엄마가 카드를 또 잃어버린 거라고도 할 수 있었다.
" 엄마 때문에 한 시간이 넘도록 고생하게해서 정말 미안해."
그런데 오늘은 미안하다는 말이 먼저 나왔다. 내 사과를 듣고는 첫째가 깊은 차분함을 보였다.
처음 보는 그 얼굴에 놀란 건 나였다. 일종의 만족감이 가득한 평온한 얼굴. 그 얼굴을 보니 갑자기 뭉클 해진 건 왜일까.
"네가 옆에 있어줘서 정말 든든했어. 엄마가 경황없었는데 오히려 차분하게 도와줘서 고마워. 선물로 뭐 사줄까?"
아이는 아까는 갖고 싶은 게 정말 많았는데 엄마의 말을 듣고 나니 그 마음이 다 사라지고 정말 다 괜찮다고 했다.
카드를 찾아서 다행이라며 내 손을 꼭 잡아주는 아이. 저녁거리도 집에 다 있는데 굳이 설레발 쳐가며 아이들과 중국집에 갔다.
오늘 아이에게 투덜거리지 않았던 나를 위해. 함께 카드를 찾아준 첫째를 위해. 오빠가 멋있다고 칭찬해 준 둘째를 위해.
오늘 저녁은 꽤 의미 있는 식사로 기억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