좀처럼 더위를 타는 일이 없었다. 태생이 별로 땀을 흘리지 않고 남들에겐 선선한 바람이 스쳐도 소스라치게 놀랄 만큼 추위로 느꼈다. 한낮 뜨거운 햇볕에 남들이 목이 타서 흐물해질때에도 나 혼자 볕에 등지지며 따끈하다고 뒹굴었다. 이렇게 더위도 모른 채 40년을 천둥벌거숭이처럼 살았었다. 나 혼자 사계절을 사시나무 떨듯 지냈다.
그랬던 철부지가 이제는 6월에도 땀을 흘릴 줄 알게 되었다. 더운밥이던 찬밥이던 불 앞이건 아니건 상관없이 부엌에서 이리저리 움직이다 보면 어느새 체온이 오른다. 나도 모르게 팔소매를 걷어붙이게 된다.
어릴 때는 우리 밥상은 다 차려놓고 막상 엄마는 덥다고 샤워를 하러 간다거나, 소파에 누워서 선풍기를 쐬고 있는 때가 종종 있었는데 그저 그려려니 했었다.
그런데 나도 아이들을 낳고 밥을 차려보니 더위에 가족들의 끼니를 챙긴다는 건 보통일이 아니다. 지금이야 식당도 예전보다 많아지고 마트에 가면 밀키트가 종류별로 있는데도 이렇게 징징거리는데 예전에는 어땠을까 싶다.
생각해 보면 엄마는 한겨울에도 밥 하면서 덥다고 결국 창문을 활짝 열어놓고 부엌에서 푸닥거렸는데 한여름 더위에는 오죽했을까.
비까지 계속 내려 습하고 그냥 서 있기도 힘든 하루하루. 우리는 계속 배를 채워야 하고 누군가는 그 배를 채우기 위해 부엌 앞일 것이다.
더위를 모르고 살아갈 뻔했던 나에게 더위를 알게 해준 가정이 있어 감사하다. 그리고 한 여름 누군가의 배를 채워주기 위해 땀을 흘릴 수 있어 고맙다. 나이를 먹을수록 예전보다 사람다운 사람이 될 수 있게 되어 다행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