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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namtip Jul 14. 2023

더위에 끼니를 챙긴다는 건.

좀처럼 더위를 타는 일이 없었다. 태생이 별로 땀을 흘리지 않고 남들에겐 선선한 바람이 스쳐도 소스라치게 놀랄 만큼 추위로 느꼈다. 한낮 뜨거운 햇볕에 남들이 목이 타서 흐물해질때에도 나 혼자 볕에 등지지며 따끈하다고 뒹굴었다.  이렇게 더위도 모른 채 40년을 천둥벌거숭이처럼 살았었다. 나 혼자 사계절을 사시나무 떨듯 지냈다.


그랬던 철부지가 이제는 6월에도 땀을 흘릴 줄 알게 되었다. 더운밥이던 찬밥이던 불 앞이건 아니건 상관없이 부엌에서 이리저리 움직이다 보면 어느새 체온이 오른다. 나도 모르게 팔소매를 걷어붙이게 된다.


어릴 때는 우리 밥상은 다 차려놓고 막상 엄마는 덥다고 샤워를 하러 간다거나, 소파에 누워서 선풍기를 쐬고 있는 때가 종종 있었는데 그저 그려려니 했었다.


그런데 나도 아이들을 낳고 밥을 차려보니 더위에 가족들의 끼니를 챙긴다는 건 보통일이 아니다. 지금이야 식당도 예전보다 많아지고 마트에 가면 밀키트가 종류별로 있는데도 이렇게 징징거리는데 예전에는 어땠을까 싶다.


생각해 보면 엄마는 한겨울에도 밥 하면서 덥다고 결국 창문을 활짝 열어놓고 부엌에서 푸닥거렸는데 한여름 더위에는 오죽했을까.


비까지 계속 내려 습하고 그냥 서 있기도 힘든 하루하루. 우리는 계속 배를 채워야 하고 누군가는 그 배를 채우기 위해 부엌 앞일 것이다.


더위를 모르고 살아갈 뻔했던 나에게 더위를 알게 해준 가정이 있어 감사하다. 그리고 한 여름 누군가의 배를 채워주기 위해 땀을 흘릴 수 있어 고맙다. 나이를 먹을수록 예전보다 사람다운 사람이 될 수 있게 되어 다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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