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10월 29일 - 따라비 오름
누가 뭐라고 해도 가을 제주에서 제일의 절경은 억새 풍경이다.
살랑살랑 바람이 억새 사이로 불면 내 안의 고독이 일어나고
악명 높은 제주 강풍에 흔들리는 억새 사이를 걷노라면
가슴 속에 숨어있던 결연함이 솟아오르기도 한다.
사진을 찍을라치면,
억새 사이에 숨어서 얼굴만 살포시 내밀어도 좋고
저 멀리 오솔길을 따라 억새 사이를 걸어오는 모습도 좋다.
햇살이 좋은 날,
억새에 반사되는 빛이 반짝반짝 눈이 부시게 황홀하고
구름이 많은 날,
억새 사이를 걷다 보면 그 분위기가 비장하고 아주 억세.
특히,
억새 사이로 서쪽에 물드는 가을 하늘을 바라보고 있자면
뜨거운 무언가가 목구멍 안에서 울컥 올라오기도 한다.
여하튼,
가을 억새를 보지 않고
제주 가을을 봤다고 논하지 말아야 한다.
주의!
황홀한 억새 풍경을 눈앞에 두고
이게 갈대야 억새야? 둘의 차이가 뭐야? 하는
아주 몰염치하고 몰낭만한 질문은 제발 하지 말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