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13일 차 (2023년 1월 23일) - 휴식일
오늘은 휴식일.
아이들을 데리고 움직이는 여행이라 여행 중 가장 신경을 써야 할 것은 아이들의 컨디션이다. 사실 여행 초기에는 모든 여행자가 그럴 것이지만, 아드레날린 과다 부과로 피곤한 줄도 모르고 도착한 날부터 막 들떠서 여기저기 무리하게 다니기 마련이다. 나는 어른이다 보니 그 피곤함이 아이들보다는 덜 하지만, 아이들은 피곤하다. 여행 13일 차쯤 되니 아드레날린은 떨어지고, 이제 "여행이 일상이 되는" 시점이 되어가니 피곤함이 갑자기 느껴지기 시작한다. 그래서 아이들과 나름의 규칙을 정했는데, 1주일에 하루는 집(숙소)에서 Full day 휴식을 취하기로 한 것. 오늘이 그날이다.
아이들은 늦잠도 자고, 하고 싶은 게임도 하고 보고 싶은 TV 프로그램도 보고.. (아이패드를 이용하거나 숙소에 있는 넷플릭스를 이용하여) 편안하게 쉬기로 한다. 이번 여행의 선장인 나는 편하게 쉬고 있는 선원들(아이들)을 보고 있으니 마음이 푸근하고 좋긴 한데... 나는? 나도 쉬어야 하는 건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달리 생각하면, 아이들 없이 혼자 편하게 여행을 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인데 그냥 집에서 쉬기는 좀 아깝(?)다는 생각이 들었다.
숙소의 주인아주머니에게 살짝 자문을 구했다. 근처에 가볍게 다녀올 수 있는 장소가 있을까요? 물었더니, 구글 지도를 열어보라시며, 한 두 곳 가볼 만한 곳을 알려주셨다. 암머 Ammersee라는 숙소 근처에 있는 호수였는데, 경치 좋은 조용히 산책하기 좋은 곳이라고 했다.
그래, 집에서 쉬면 뭐 하나. 무리하진 말고 가볍게 다녀와보자.. 하는 생각으로 아이들 점심을 챙겨주고 난 후 집을 나섰다.
어제 한번 걸었다고 Geisenbrunn 전철역 찾아가는 길은 익숙하다. 그래서 여행을 다니는 거다. 하루 경험한 만큼 여행 내공이 조금 쌓였다. 평일 월요일 아침에 낮시간이라 인적이 여전히 드물다. 물론 동네 자체가 인구가 많은 지역이 아니다. 출퇴근 시간이라 해도 그리 붐빌 것 같진 않다.
30여분 전철을 타고 Ammersee 호수에 도착했다. 역에 내려 구글맵을 이용하여 호수를 찾아 걸어간다. 한적한 소도시 마을을 지나니 호수가 눈앞에 나타난다. 모르고 보면 바다 같다 생각할 수도 있을 만큼 넓은 호수다.
사람 없는 호수가를 천천히 걸어본다. 호수 전체를 한 바퀴 다 돌 수는 없겠지만, 갈 수 있는데 까지 가보기로 한다. 강아지와 함께 산책 나온 사람들이 간간이 보인다. 넓은 길이 점점 좁아지고, 한 줄 서기로 가야 할 만큼 길이 좁아질 때쯤 돌아서서 왔던 길을 되돌아간다.
가다가 문득 어디 가까운 곳에 레스토랑이라도 있으면 들어가서 맥주나 한잔 할까 싶은 생각이 들었다. 아까 오던 길에 레스토랑이 하나 보였던 것 같아 주변을 살핀다. 역시 뜻이 있는 곳에 길이 있다. 얼마 가지 않아 아까 얼핏 봤던 레스토랑이 눈에 들어온다.
여기 레스토랑에는 하커프쇼르(하캅쇼) 맥주를 취급한다. 뮌헨의 호프나 레스토랑의 간판을 자세히 보면 그 레스토랑에서 취급하는 맥주의 브랜드가 한편에 쓰여 있다. 뮌헨에 있는 동안, 6대 양조회사의 맥주를 다 먹어볼 수 있으면 좋겠다 했는데, 어제는 아우구스티너를 마셨고, 오늘은 하커프쇼르 맥주다.
점심시간이 끝나고 브레이크 타임 직전인 모양이다. 식당에서 음식은 주문이 어렵다고 한다. 맥주만 1잔 마실 생각이라 했더니 자리를 안내해 준다. 호수가 보이는 창가에 자리를 잡고 앉아 맥주를 주문했다.
아이들 없이 한가로이 즐기는 시간이 얼마만인지. 아이들에겐 미안한 이야기지만, 아이들과 다니다 보면 온 신경이 아이들에게 가기 때문에 좋은 풍경이나 맛있는 음식을 100% 제대로 못 즐기는 경우도 가끔 있다. 이렇게 혼자 다니니 색다른 재미가 있다.
그래, 일주일에 한 번 쉬는 날에는 나 혼자 이렇게 여행을 다니는 걸로!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발견한 호프브로이 맥주를 취급하는 호텔 겸 레스토랑을 발견했다. 들어가서 맥주 한잔 더 하고 갈까 했는데, 아이들을 너무 오래 방치한 것 같아 다음 기회를 기약하며 집으로..
대신, 그날 저녁 아이들과 숙소에서 가까운 이탈리아 레스토랑을 찾아갔는데, 거기에는 파울라너 맥주를 취급한다. 6개 맥주 중 3개 맥주 체험 완료. 음... 맛을 궁금해할 수 있을 듯한데, 아우구스티너, 하커프쇼르, 파울라너 모두 10점 만점에 10점. 말해 뭐 해.
(다음 편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