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딘가로 이끌려 간다
아우터헤브리디스(Outer Hebrides), 영국 북서부, 대서양 북북동쪽에서 남남서쪽으로 이어진 제도.
면적 3,070 k㎡, 인구 27,400명(2013년 기준), 인구밀도 9.02명/k㎡.
(cf: 제주 전체 면적(1,850k㎡)의 1.5배 정도
대한민국 인구밀도 515.2명/km²)
루이스 북섬(North Lewis)섬에서 시작해서 남쪽의 바라(Barra)섬, 물(Mull)섬, 이오나 섬으로 여정을 이어갔다. 바닥이 들여다보이는 맑은 물, 해안가 기암절벽, 끝없이 이어지는 푸르른 들판에 감탄했고, 산 정상에서 내려다보이는 기이하고 다양한 섬 모양에 취할 수밖에 없다.
그러나 한국 여행사는 절대 이 섬(군도)을 관광 상품으로 개발하지 않을 거라는 결론.
1) 한국에서 글래스고까지 거의 20시간, 거기에서 5시간 넘게 운전해서 페리 선착장으로 가야 하니, 멀고도 멀도다. = 한국에서 두바이까지 9시간 반 + 3시간 경유 + 글래스고까지 8시간 + 5시간 차로 이동 + 페리 타고 + 1시간 반 => Outer Hebrides Lewis 섬
2) 끝없이 펼쳐지는 자연, 그러나 탐방객 편의 따위 배려하지 않는 듯한 험한 탐방로
3) 고개만 돌리면 오래전에 버려진 돌집의 흔적에 깊은 정감이 가지만, 가성비 지향형 촘촘 빽빽 한국형 패키지 상품에는 전혀 맞지 않는 환경.
봄/여름/가을/겨울이 공존하는 날씨. 캠프장 사장님은 '덥다가 동상 걸린다'면서, 변화무쌍 날씨에 대해서 농담했다. 북쪽 루이스섬은 바람이 차가워서, 패딩을 입었는데, 남으로 내려갈수록 이상 기온이 이어지면서,
(2주 반 정도 비 한 방울 안 오는 화창한 날씨) 패딩이 어이없어 보였다.
만나는 사람마다 'What a lovely day!'를 연발하면서 날씨 얘기로 대화를 시작했다.
** 이발 산(Eaval Mountain) : 사방이 초록 들풀에, common cotton grass가 양탄자처럼 펼쳐져 낭만적인 북유스트 Eaval 산. 겨우 해발 347m, 우습게 보다가 등반 역사에 길이 남을 개고생으로 마무리함!!
1) 막막함: 등산로 표시 없고, 앱을 보면서 따라가야 한다.
2) 발걸음의 불확실성 : 발이 쑥쑥 빠지는 습지.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난국. 가끔 바위 위를 걷게 되면 천국. 이런 지형을 오래 걸으면 피곤감 멀티 따블, 온몸으로 체험.
3) horse fly(말을 집중적으로 물고 괴롭히는 파리) 달라붙어서 미치는 줄
4) 이상 기온으로 해가 쨍쨍. 물 한 모금이 아쉬웠다.
정상 코앞에서 실신 직전. 가슴이 답답하고 아프고, 한 걸음 옮길 때마다 몸이 천근만근. 포기하려고 잠시 앉았다. 아껴 놓은 물을 마시고 달달 쿠키를 먹었더니 갑자기 에너지 뿜뿜.
정상에서 내려다본 전망은 정말 Fantastic!
무박 설악산 대청봉 갔을 때보다 더 힘들었으니,
기록적인 건 맞다.
** 루발 산(Rueval Mt)산 : 해발이 고작 124m, 탐방로가 잘 정돈되어 있어서 중간에 물 마신 것 빼고는 쉬지 않고 단숨에 10km를 걸었다. 하이킹을 다 마치고도 기운이 넘쳐서 이상할 지경.
** North Lee Walk : 이날의 강적은 칼바람. 협곡을 돌아 최고 지점에 올라가긴 했는데, 바람 때문에 몸이 날아갈 듯. 남은 샌드위치를 나눠 먹으면서 전우애를 다졌다. 산에는 우리 둘밖에 없었으니, 조난되면 끝장이겠구나 하는 어이없는 염려까지. 내려오는 길에 2차 세계 대전 전투기 잔해 발견.
** 베인모르(Beinn Mhòr) 산 : Outer Hebrides 군도 가장 해발이 높은 620m. 게일어로 '큰 산'이라는 의미. 밤새 비가 내린 데다가, boggy moorland 난코스로 소문이 자자한 곳이었지만, 지난번 특훈 덕에 등반 성공. 미친 바람에 시달리다가, 구름이 병풍처럼 산을 감싼 안쪽으로 들어가니 포근했다. '구름 위를 걷는 기분' 'on cloud nine'이란 표현이 왜 나왔는지, 합성 마약 이름을 왜 'cloud-9'이라고 지었는지 알 것 같다고나 할까.
정상의 구름이 서서히 움직이면서, 병풍 뒤에 감춰져 있던, 바다와 인근 섬들, 협곡과 산세가 그대로 드러났다. 판타스틱!
강풍과 보슬비에 나의 미모(???)는 난타당했지만, 숨 막히는 장관을 사진으로 다 담을 수 없어 안타깝!
비쥬얼의 한계를 넘어서는 감격. 끝나지 않을 것만 같은, 이어지는 경사길 뒤에 나타난 숨 막히는 자연처럼, 인생의 구름 병풍 뒤의 멋진 풍광을 더 기다려 보기기로 했다.
<피트(peat)>
아일랜드, 스코틀랜드, 영국 시대극 영화 곳곳에서 자주 등장하는 장면 피트 파내기(peat digging : (피트[Peat] 이탄/목탄 : 수목질이 두껍게 퇴적한 후, 생물화학적 변화 후 분해된 것). 아직도 이곳에서는 피트가 겨울 연료로 사용된다. 어디를 가나, 피트를 파냈거나, 파내고 있는 모습이 보인다. 모든 서사에 등장하는 '피트'. 평평한 들판부터, 산꼭대기까지 피트는 이 군도 토양의 주성분이다.
그런데 이 피트를 캐내면, 많은 이산화탄소가 배출되는 데다가, 연료로 태웠을 때, 대기 오염이 심해진다. 환경 문제를 생각하면 논란의 여지가 많다.
넓은 땅에 비해서 농사를 짓는 땅은 거의 찾아볼 수 없었는데, 이 피트에서 나오는 광물 성분이 주요 이유라고도 한다. 겨우 물이끼, 황새풀, 끈끈이주걱(sphagnum, cotton grass and sundew) 정도가 자랄 수 있을 뿐이다. 양탄자처럼 펼쳐져 있는 황새풀은 정말 아름답고 낭만적이지만, 이런 안타까움의 산물이기도 하다.
일단 작은 결론, 자연을 독점 배타적으로 즐기고 싶은 분에게 강추!!!
바로 이렇게..... Butt of Lewis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