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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unseo Apr 28. 2020

베놈 - 자본과 너무 타협한 안티 히어로

Venom, 2018


'베놈'이라는 캐릭터가 너무나 매력적인지라 그를 스크린에서 보는 것만으로도 적당히 만족스럽긴 하지만, 한편으로는 이렇게밖에 안 되나 하는 생각이 드는 것도 사실이다.


베놈을 안티 히어로로 만드는 요소들은 희석되었고, 심비오트의 존재는 조금 과장하자면 좀 잔인한 외계인 수트가 되어 버렸다. 아이언맨의 자비스가 좀 잔인한 성격이었다면 딱 이랬겠다 싶을 정도.


제일 큰 문제는 아무래도 막무가내식 행보와 뜬금없는 태세 전환으로 일관하는 인물들의 행동이다. 갑자기 '네가 날 바꿨다'며 우정의 힘으로 지구를 지키겠다 마음먹는 베놈의 모습은 캐릭터 붕괴에 가깝다. (말은 바로 하랬다고, 베놈을 이렇게 바꾼 건 결국 자본이다)


개인적으로 그럭저럭 시간 때울 만한 킬링타임 무비 정도는 된다고 생각하지만, 베놈 캐릭터에 어울리는 스케일을 보여주기에는 제작비가 부족해 보인다는 것도 치명적인 단점. 안그래도 시커먼 캐릭터가 벌이는 액션 신이 모조리 밤에 벌어져 분간이 어려울 뿐만 아니라, 딱 봐도 제한적인 로케이션을 활용해 만든 티가 역력하다.


결국 영화 '베놈'은 자본과 타협한 결과, 에디 브룩과 베놈 간의 버디 무비가 되고 말았다. 종종 나쁘지 않은 유머 감각을 보여주지만, 분명 원래 베놈의 팬들은 바라지 않았을 모습이다. 영화의 장르를 처음부터 SF 호러로 잡고, 본전 생각은 그다음에 했다면 어땠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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