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acksaw Ridge, 2016
‘헥소 고지’는 가족과 이웃을 지키기 위해 누군가를 죽여야 하는지, 아니면 살인하지 말고 총을 들지도 말라는 교리를 따라야 하는지의 딜레마에 처한 인물의 이야기를 다룬다. 이야기가 집중하는 것은 반전(反戰) 메시지가 아니라 영웅 서사다. 총을 들지 않고도 무수한 생명을 구한 이 영웅은, 신념을 지키기 위한 자신과의 전쟁에서도 승리한다. 들것에 실려 고지에서 내려오는 그의 모습은 십자가를 짊어지고 골고다 언덕을 올랐던 예수의 강림을 연상케 한다.
신과 함께 하면 인간은 어디까지 강해질 수 있을까. 그것은 신의 힘인가, 아니면 인간의 힘인가. 애초에 이렇게 서로 죽고 죽이는 것은 인간의 뜻인가, 아니면 신의 뜻인가. 영화 속 전투 장면에서는 포화와 화염에 휩싸여 몸부림치는 선혈 낭자한 군인들이 내내 화면을 채운다. 영화는 그렇게 하드고어의 방식으로 인명을 다룬다. 그것이 인간의 방식이든, 신의 방식이든, 주인공 데즈먼드 도스가 행한 자기희생과 완전히 배치되는 것만은 분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