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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unseo Sep 22. 2018

데드풀 2 - 여전한 자해공갈 히어로

Deadpool 2, 2018


데드풀은 여전하다. 많은 속편들이 전작의 장점을 잃고 범작이 되고 만다는 것을 감안하면, 이 청불 히어로가 '여전하다'는 게 꽤 큰 위안이 된다. 특히 저예산으로 재기 발랄함을 보여줬던 영화들이 갑자기 늘어난 제작비를 주체하지 못하고 스케일만 키운 속편을 내놓는 경우가 많다는 것을 상기하면, 데드풀이 데드풀답게 돌아왔다는 것만으로도 반가운 일이다. '데드풀 2'는 마치 함께 제작한 2부작처럼 자연스럽게 1편의 유산을 이어받는다.


데드풀의 최대 매력은 그가 브레이크가 없는 캐릭터라는 데 있다. 이 점이 데드풀을 그 누구와도 비교할 수 없는 차별화된 히어로로 만든다. 일단 피 한 방울 튀지 않는 여타 히어로 영화와는 궤를 달리할 뿐만 아니라, 표현 수위에도 한계가 없다. 데드풀은 고삐 풀린 망아지처럼 거친 욕설과 성적 농담을 일삼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데드풀이 밉지 않은 것은 누군가를 비하하는 방식을 취하지 않기 때문이다. 현실과 영화의 경계를 허물며 다른 히어로들을 마구잡이로 끌어와 조롱하는 와중에도, 데드풀은 자기 자신이 제일 못나고 한심한 존재라고 투덜댄다. 그러면서 여기저기 자기 피를 튀기고 다닌다. 전편에서 자기 손목을 자르는 정도였던 자해, 신체 훼손의 이미지는, 사지가 분해되고 허리가 뒤로 꺾이는가 하면 상하체가 찢기는 수준에 이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데드풀 1'는 가족영화를 표방한다. 로맨스물을 표방했던 1편에 이어 영 자신과 어울리지 않는 이야기를 내세운다. 디즈니에서나 내세울 가치가 데드풀에게 가면 어떻게 비틀려질까? 이 역설이 이야기의 줄기가 된다. 그리고 곁가지는 과감히 생략. 영화는 이 유사 가족 이야기를 그럭저럭 그럴듯하게 풀어낸다. 복잡한 플롯, 거창한 메시지가 자기에게 잘 어울리지 않는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다만 1편과 달리 단순한 플롯이 장점인 동시에 단점도 된다. 각 시퀀스들이 잘 연결되지 않아 내내 플롯이 어기적거리는 느낌이다. 각각의 장면이 분절되어 마치 시트콤을 보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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