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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임성준 Sep 07. 2021

규모에 대한 집착으로 고전하는 기업들

IBK 중소기업 CEO REPORT 9월호 기고글

IBK 중소기업 CEO REPORT

중소기업 CEO를 위한 국내 유일의 경제·경영 월간지입니다.


20세기는 ‘규모의 경제’가 중요한 시대였다. 규모의 경제(economies of scale)는 투입 규모가 커질수록 장기평균비용이 줄어드는 현상을 말하며 생산량을 증가시킴에 따라 평균 비용이 감소하는 것을 의미한다. 공급보다 수요가 많고 만들면 팔리는 시대였기 때문에 규모의 경제를 이룬 기업들이 큰 성공을 거둘 수 있었다. 결과적으로 급속도로 확장되는 산업사회에서는 규모의 경제를 추구하는 것이 사업을 키우는 가장 효율적이고 효과적인 방법이었다. 하지만 인공지능(AI), 빅데이터, 클라우드, 자율주행과 같은 새로운 기술이 개발되고 플랫폼 기업들이 시장을 주도하는 시대가 되면서 탈규모의 경제(Economics of unscale)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최근 경제는 규모의 경제에서 탈 규모의 경제로 바뀌면서 플랫폼을 가지고 있느냐가 기업 성장의 열쇠를 쥐고 있다. 이런 시대에 이미 몸집을 키워버린 대기업들은 성장동력을 유지하기 위해 플랫폼 기업으로 리포지셔닝 하거나 개인화된 시장에 맞는 제품을 출시하면서 시장 변화에 기민하게 대응하는 전략이 필요하다. 그 성장의 열쇠를 찾지 못한 기업은 시장에서 도태될 수밖에 없다. 그 대표적인 기업이 국내 쇼핑 강자 롯데쇼핑과 글로벌 유통업체 P&G 사의 질레트이다. 본 코너에서는 규모의 경제라는 구시대적인 경영방식에 도취되어 시대 변화의 흐름을 놓치고 혁신을 외면하여 위기를 겪게 된 두 기업의 사례를 분석해 보고자 한다.  

리포지셔닝(repositioning): 소비자 욕구와 경쟁 환경 변화에 따라 기존 제품이 갖고 있던 포지션을 분석해 새롭게 조정하는 활동을 말한다. 빠르게 바뀌는 소비 트렌드 따라가기 위한 필수 전략이다.



1. 롯데쇼핑


1) 배경

롯데그룹은 1996년 국내 최초의 온라인 종합 쇼핑몰 ‘롯데쇼핑닷컴’을 선보이며 온라인 시장에 뛰어들었다. 초반에는 롯데의 풍부한 유통 인프라와 전자 상거래 노하우를 결합하여 꾸준히 성장했지만 수년 전부터 이마트와 같은 기존 공룡 업체들은 물론이고 쿠팡, 네이버 등 이커머스 플랫폼들에게도 밀리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롯데쇼핑은 불과 5~6년 전만 해도 백화점과 홈쇼핑 등으로 1등을 장악했다. 하지만 시장의 무게중심이 온라인으로 이동하는 사이 롯데쇼핑은 계속해서 백화점과 아웃렛을 오픈하며 오프라인에서의 규모의 경제를 고집하였다. 그 사이 경쟁 상대인 신세계가 이마트와 함께 ‘SSG’와 ‘신세계몰’을 통합 론칭하여 시장 점유율을 높여갔고 쿠팡과 네이버가 비약적으로 성장하면서 입지가 점점 줄어들게 되었다. 늦게나마 3조 원을 투입하며 단 한 번의 로그인으로 롯데 유통 7개사(롯데백화점, 롯데닷컴, 롯데마트, 롯데슈퍼, 롯데홈쇼핑, 롯데하이마트, 롭스)의 온라인 쇼핑몰을 모두 이용할 수 있는 통합몰 ‘롯데온’을 출시했지만 뚜렷한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코로나19로 이커머스 시장이 급격한 성장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유독 롯데온만 지지부진하다. 지난해 이커머스 시장은 전년 대비 19.1% 성장했는데 이 기간 롯데온은 7% 성장률을 기록하는 데 그쳤다. 같은 기간 경쟁사인 신세계의 SSG닷컴 거래액은 37% 성장률을 보였고, 쿠팡의 거래액은 전년 대비 40% 이상 늘어났다.


2) 원인 분석


▪ 차별화된 경쟁력 부재 

롯데온은 4,000만 명이 넘는 회원을 보유한 롯데 멤버스의 빅데이터를 바탕으로 다양한 전략을 추구했지만 이렇다 할 차별화된 경쟁력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자체 개발 및 생산된 제품이 아니라 셀러들이 올린 제품을 판매하는 플랫폼 성격의 이커머스 산업은 자신만의 차별화된 경쟁력을 갖지 못한다면 살아남기 힘든 구조이다. 


오프라인처럼 엄청난 물량공세와 가격 할인 정책을 진행하면 온라인에서도 1등 기업으로 성장할 것으로 기대했는지 모르지만 현실을 그렇지 못했다. 대부분의 이커머스 업체들이 최저가 보상이나 할인 등을 무기로 삼고 있기 때문에 대규모 물량이나 할인 혜택만으로 차별화하기는 쉽지 않다. 쿠팡은 로켓배송, 네이버 쇼핑은 스마트스토어와 검색이라는 막강한 카드를 갖고 있지만 롯데쇼핑은 내세울만한 강점이 없는 상황이다.

 

▪ 유통 계열사 간 시너지 창출 실패

롯데온은 다양한 유통 계열사를 통합하여 시너지 효과를 내겠다는 목표로 출범했지만 기대했던 시너지 효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오히려 롯데온보다 계열사들의 앱이 매출이나 트래픽(MAU, DAU 등)이 더 많기도 하다. 이 때문에 롯데온에 입점한 셀러들도 매출이 줄자 불만이 생기고 떠나는 사태까지 발생하고 있다. 


또한 롯데홈쇼핑과 롯데하이마트는 자체 플랫폼 매출이 롯데온보다 매출이 높아 통합몰 참여에 소극적인 태도라고 한다. 최근 유통업계에서 가장 핫한 판매방식인 ‘라이브 커머스’도 롯데온과 롯데하이마트, 롯데면세점 등 계열사가 각각 진행하고 있어 리소스가 분산되고 고객 주목도가 떨어지고 있다. 전반적으로 롯데는 갖고 있는 것이 많으나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플랫폼 운영의 미숙

롯데온의 가장 심각한 문제점은 어플리케이션(이하 앱)을 잘 운영하지 못하는 점에 있다. 점점 더 많은 고객들이 스마트폰 앱을 통해 구매를 하기 때문에 앱 개발 및 운영은 이커머스 업체의 가장 중요한 경쟁력이 되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롯데온은 공격적으로 진행한 ‘롯데온 세상 할인 프로모션' 당시 2시간여 동안 또 접속 오류가 빚어졌고 소비자들의 항의가 빗발쳤다. 


사소해 보일지 모르지만 이러한 미숙한 앱 운영이 소비자들의 불만을 야기하고 등을 돌리게 하는 것이다. 3조 원을 들여 만든 앱에 대한 소비자들의 평가도 냉대하다. 구글 플레이에서 롯데온의 앱 평점은 2점대 중반을 유지하다가 얼마 전부터 4점대를 넘어섰지만 리뷰를 보면 모두 불평, 불만 투성의 글이다. 다른 이커머스 업체들의 평점이나 리뷰들과 비교해서 롯데온이 소비자로부터 얼마나 외면받고 있는지 알 수 있다. 




2. 질레트


1) 배경

질레트는 1901년 킹 질레트가 창업한 회사로 안전면도기 시장을 개척했다. 질레트가 면도기를 최초로 개발한 것은 아니지만 최초로 안전면도기 대량생산에 성공하였고 1차 세계대전 당시 미국 병사들에게 면도기를 납품하면서 유명해졌다. 질레트는 명실상부하게 면도기 대명사로 불리고 있으며 전 세계 시장 점유율 1위이자 100여 개 국가에서 판매되고 있으며 현재는 P&G에 인수 합병되어 P&G 산하 브랜드가 되었다. 


2010년까지만 해도 질레트의 미국 남성 면도기 시장 점유율은 70%가 넘었다. 하지만 그 후 6년 연속 시장 점유율이 하락하여 50% 수준까지 낮아졌고 결국 가격 인하를 발표하였다. 프리미엄 전략에 기초한 기존의 성공방식과 규모의 경제에 집착한 나머지 시장과 소비자들의 변화에 신속하게 대응하지 못했던 것이다.


2) 원인 분석


▪ 소비자를 고려하지 않은 고가 전략

질레트는 항상 가격이 지나치게 비싸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질레트는 세계적인 스포츠 스타들을 모델로 기용하면서 천문학적인 액수를 마케팅에 쏟아부었고 유통 비용에도 엄청난 비용을 지불하였는데 이런 비용들이 모두 제품 가격에 반영되었다고 볼 수 있다. 결국 높은 비용을 지불하고 피해를 보는 것은 소비자인 셈이다. 


게다가 면도날을 추가하거나 진동 기능 등을 넣으면서 혁신적인 기능이라며 지속적으로 가격을 높여 소비자들의 불만을 야기했다. 소비자들은 비싼 가격에도 가격에도 불구하고 대안이 많지 않았기 때문에 울며 겨자 먹기로 질레트를 계속 구매하였지만 가성비를 따지는 MZ세대가 소비의 주축이 되면서 조금씩 외면을 받기 시작했다. 


▪ 가성비를 내세운 경쟁자의 출연

질레트의 고가 전략으로 불편해하던 소비자들을 겨냥하여 가성비와 구독(배송) 서비스를 내세운 강력한 경쟁자들이 출연했다. 바로 달러쉐이브클럽(이하 DSC)이다. DSC의 면도기는 한국 기업인 도루코에서 제조하고 저렴한 비용과 배송 서비스로 큰 인기를 끌고 있었으며 2016년에는 미국 내 점유율 10%를 돌파했다. 


이렇게 DSC와 같은 신생 경쟁자들의 선전으로 미국 내 질레트 점유율이 지속적으로 하락했고 이에 위기의식을 느낀 질레트는 결국 2017년 4월 미국 내 면도날 소비자 가격을 20% 인하할 수밖에 없었다. 재미있게도 2017년 P&G의 라이벌인 유니레버는 DSC를 10억 달러(약 1조 원)에 인수했다.


MZ세대: 밀레니얼+Z세대를 합친 단어로 1981~2010년생을 칭하며 기성세대에 비해 자신의 의견을 표출하는데 망설임이 없고, 디지털 환경에 익숙하며, 남과 다른 이색적인 경험을 추구하는 특징을 보인다. 그들은 새로운 소비 권력으로 급부상하며 시장의 큰 손으로 떠오르고 있다.

           


강의 및 멘토링 연락처: junsme@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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