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임성준 Oct 05. 2021

미워하지 않을 용기

나와 가족을 위한 용기

2014년에 발간되어 국내 도서 1위를 45주나 하면서 베스트셀러가 된 '미움받을 용기'라는 책이 있다. 

오스트리아 심리학자 알프레드 아들러의 철학을 심리학자인 기시미 이치로와 인터뷰 전문 작가 고가 후미다케가 함께 일반인들이 이해하기 쉽게 풀어쓴 책으로 우리나라에서만 40만 부 이상 팔렸다고 한다. 

요즘처럼 책을 안 읽는 시대에 40만 부 이상이면 그냥 베스트셀러가 아니라 메가 히트작이다. 

심지어 2016년도에 '미움받을 용기 2'도 출간되었다. 


열등감에 빠진 청년과 철학자와의 대화 형식으로 구성된 이 책의 핵심 내용은 이렇다. 

우리가 불행한 것은 과거의 환경 탓도 아니고 능력이 부족해서도 아니고, 그저 ‘용기’가 부족한 것이다.

모든 고민은 대인관계에서 비롯되는데 타인에게 미움받는 것을 두려워하지 마라.

우리는 여기에 존재한다는 것만으로도 이미 가치 있는 존재이다.

지금 여기를 진지하게 살면 그것으로 충분하다. 

내가 바뀌면 세계가 바뀌게 되어있으니 결과가 어찌 되든 앞으로 나아가려는 용기를 가져야 한다.


좋은 말의 향연이다.

개인적으로 안 좋은 일이 많았기에 이 책을 읽으면서 많은 위로를 얻은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칼로 베인 깊은 상처를 제대로 치료하지 않고 그냥 붕대로만 감아둔 느낌은 나만 받았을까?  

타인으로부터 미움받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는 것이 과연 가능하기는 한 걸까?

인간의 본능에 가까운 마음인데 미움받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으려고 노력하면 두렵지 않게 되는 것일까?


모두가 좋다고 하는 책을 비판하자는 것은 아니다. 

나에겐 이토록 유명하고 많은 사람들이 인생 책이라고 칭송하는 책을 비판해서 미움받을 용기가 없다. 

다만 미움받을 용기만큼 미워하지 않을 용기도 중요하다는 생각을 공유하고 싶다. 

속담에 '때린 놈은 다릴 못 뻗고 자도 맞은 놈은 다릴 뻗고 잔다.'는 말이 있다. 

옛말이 대부분 맞다고 생각하는 편이지만 이 속담에는 동의하기 힘들다.

맞은 놈도 분하고 억울해서 다리 뻗고 자기 힘들 때가 많기 때문이다. 

누군가로부터 상해를 입거나 정신적, 경제적으로 피해를 받은 사람들이 트라우마에 고생하면서 정신과 상담을 받는 이유도 여기에 있을 것이다. 


미워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셀 수 없이 정말 많았다.

나에게 정신적, 경제적 고통을 준 사람들 덕분에 불면의 밤을 수도 없이 보냈다. 

꿈에도 나오고, 밥 먹을 때도 생각나고 술 마시면 더 생각이 났다. 

생각만 해도 손발이 떨리고 자다가도 벌떡 일어나고 불면증에 시달렸다. 

몸속에 화가 있으니 일에 집중하기 어렵고 건강도 악화되었다. 

악순환의 연속이었다. 


그래서 언젠가 그들을 미워하지 않기로 했다.  

그들은 내가 미워하는 것조차 모르고, 안다고 해도 나의 용서를 바라지 않을 수도 있지만 나는 용서했다.  

미워한들, 증오한들 어쩌겠나? 영화처럼 복수라도 할 텐가? 찾아가서 칼부림이라도 할 텐가?

아니다. 나에겐 지켜야 할 가족과 나를 아끼는 지인들이 있었다. 

내가 마음이 넓어서, 도량이 커서, 관대해서 그들을 용서한 것이 아니다.

나는 내가 살기 위해서 그들을 용서했다. 

내가 다시 평정심을 되찾고 온건히 가족을 지키기 위해서 용서했다.  


그랬더니 신기하게도 밥을 잘 먹고, 잠을 잘 자고 일도 조금씩 풀리기 시작했다. 

거울을 볼 때마다 한 마리의 독기 품은 승냥이가 있는 거 같았는데 더 이상 보이지 않았다.  

그 뒤로 아침마다 이렇게 평화롭게 누군가를 증오하거나 미워하는 마음 없이 하루를 여는 것에 감사하며 하루를 시작한다.    

그리고 행복은 아주 좋은 일이 있는 것이 아니라 아무런 사건 사고가 없는 것이라고 생각하면서 하루를 시작한다.  


물론 앞으로도 살다 보면 크든 작든 미워하는 사람이 생길 것이다.

하지만 그때마다 누군가를 미워하는 마음이 얼마나 괴로운지 잘 알기 때문에 미워하지 않을 용기를 내기 위해 노력할 것이다.  

나에겐 미움받을 용기는 없지만 미워하지 않을 용기는 조금 있다. 

남들이 나를 미워하는 마음은 내가 어찌할 수 없는 수동형이지만 내가 남을 미워하지 않는 마음은 능동형이다. 

미움받을 용기도 중요하지만 미워하지 않을 용기 또한 우리의 삶을 지탱할 수 있는 가장 큰 자산이라는 생각이 든다.

지금 누군가를 미워하는 마음으로 밥도 제대로 못 먹고 잠 못 들고 계신 분들이 있다면 쉽지 않겠지만 미워하지 않을 용기를 한번 내보시길 진심으로 바란다. 




강의 및 멘토링 연락처: junsme@gmail.com


작가 도서 - 예스24


작가 동영상 강의 - 인프런


작가의 이전글 기러기 아빠 최적화 - 식사 편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