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작만으로도 90%의 승산이 있음에 틀림없다.
옛날로 돌아가는 느낌이 나쁘지는 않다.
과거에 연연해하면 안된다고, 과거의 영광에 취하지 말라는 문장을 잠시 제껴두고.
군대가기 전 내 모습은 그냥 학교 수업 잘듣고, 친구들과 밥먹고, 끝나면 도서관 가고, 과제 하고, 시험기간되면 공부하는 학생이었다. 누가봐도 평범하다. 요즘은 평범한 것도 어렵다고 하지만 그저 모나지 않은 평균값에 놓여있는 그런 학생이었다. 뭉치면 살고 흩어지면 죽는다는 말처럼 뭉친 그 가운데에 있는 학생이었다.
학생회에 들어가 자신이 가진 생각과 꿈을 학교에 입히며 실현하는 선배들, 축제 때 장기자랑을 하러 나가는 동기들을 보며 난 그렇게 입대했다.
입대 때도 역시 평범했다. 그냥 별 탈없이 잘 마무리해 전역하는 것이 내 목표였고, 다치지 않는 것만으로도 하루를 잘보냈다고 생각했다. D-638 아직도 생생한 숫자다. 입대한 날부터 날짜를 세기 시작했다. 아마 이 때부터 달력보는 걸 습관들인 것 같다. 지금도 모바일 캘린더에 일정이 빼곡하다.
군대 얘기를 한 이유는 성인이 된 남자 입장에서 가장 빨리 터닝포인트를 가질 수 있는 시간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군대는 힘들지만 은근 혼자만의 계획을 세울 수 있는 시간으로 넘친다. 지금은 그렇지 않지만 휴대폰을 쓰지 못했고, 오로지 나를 들여다볼 수 있는 시간으로 가득했기 때문이다.
난 목표를 세웠다. 휴가를 많이 받는 것. 그 외에는 없었다.
휴가를 받기 위해서는 뭘 해야할까? 정답은 휴가를 받을 수 있는 활동에 참여해야한다.
내가 좋아하고 잘하는 것으로 휴가를 받아야 하는데, 여러가지가 있었다.
주특기 시험을 잘보거나, 체력시험을 잘보거나, 상점을 많이 받거나, 그 외 대회에 참여하거나.
주특기는 노력은 했지만, 휴가받을 정도의 순발력과 암기력은 없었고.
체력은 10km 달리기 할때 한바퀴 몰래 덜 뛰고 싶어 선두권에 숨은 적도 있기에 택도 없고.
상점을 많이 받기엔 간부님들께 잘보이려 노력한 편도 아니었다.
그래서 마지막 남은 대회 뿐이었다.
내 유일한 휴가의 기회였고, 좋아하는 영역이었다.
'국방일보 글쓰기 대회라고?'
갑자기 가슴도 뛰었고, 정작 참여하는 사람은 몇이겠어라는 생각이 들었다.
건방진 생각이었지만, 확률적으로 일리가 있었다.
'국방일보 신문을 본 사람은 몇 명이나 될 것이며, 그 중 국방일보 글쓰기 대회에 참여하는 사람은 몇이며, 실제로 제출까지 하는 사람은 몇이될까?'
시작이 반이라는 말은 겸손한 표현같다.
시작은 90%의 승산이 있다.
나는 뭔가를 하기 전 소문을 내는 성격이긴 했다.
말만 하는 사람이 되기 싫어 남들에게 얘기를 해야 뭔가 내 스스로의 약속을 지켜낼 수 있을 것 같고,
먼저 상대방의 반응을 살펴보고 시작하는 편이다.
돌아오는 말은 한가지 답변으로 수렴했다.
"너 예전에 글 잘썼다며, 써봐 말만하지말고."
비수에 꽂히는 말은 당시 꽤 아프지만, 좋게 보면 동기로 작용한다.
곰곰이 생각해보니 나는 '야망넘치는 게으른 사람'이었다.
그때부터 무엇인가 끓어올랐다. 행동으로 옮겨야했다.
근무 끝나고, 자유시간에도, 밤을 새서라도 마침표를 찍고 보냈다.
결과에 관계없이 난 최선을 다했기에 처음 스스로에게 칭찬을 했던 기억이 있다.
그렇게 2주 후, 국방일보 측에서 연락이 왔고 기사에 실린다.
포상휴가도, 부대원들의 축하도 받았다.
이후 다음 부대 글쓰기 대회에서도, 타 부대 파견을 가서도 모두 포상휴가를 따내게 된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좋아하는 것을 잘하는 것으로 만들었다'는 점이고, 이를 '목표한 바와 정확히 연결시킨 점'이다.
이 경험이 내 대학생활을 송투리째 바꿔놓는다.
물론 그때는 몰랐다.
전역 후 4년 전액 장학금을 받게 된다.
작은 성공경험 하나가 가슴을 뛰게 했고, 나를 믿고 성취한 결과는 멈출 줄 몰랐다.
내가 조금 늦었다면, 남들보다 더 많이 해내어 따라잡으면 되었고
같은 경험을 하더라도 깊고 차별화된 무언가를 얻기 위해서는 리더가 되면 되었다.
같은 것에서는 다른 것을, 늦었을 때는 조금 더 많은 것을 해내면 된다.
흔히 말하는 SKY학생들을 부러워 해야하는 이유는 수능을 잘봐 타이틀을 따낸 것 보다는,
초중고 12년 간의 축적된 성공경험을 가지고 있는 점에 있다.
다시 대학이라는 같은 선상에 선만큼, 또 그만큼 철이 든 만큼
조금만 더 멋지게 살아보면 된다.
멋진 기준은 모두가 다르다.
공부를 열심히 하라는 뜻이 아니다.
공부는 가장 가성비 있는 섹터일뿐, 멋지기는 생각보다 쉽지 않다.
본인이 좋아하는 것, 하고싶은 것을 꿈으로 연결짓는 행동을 할 때가 대학생이 해야할 첫 번째 마음가짐이다.
친구, 술, 연애 모두 좋지만, 꿈과 친구하고, 꿈에게 술잔을 기울여보고, 꿈을 사랑해보면 따분한 직장생활 이전에 조금 더 낭만있는 대학생활이 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