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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재테크르르 Jun 19. 2020

이성과 감정과 감성


스페이스 X의 민간 우주선이 우주정거장 도킹에 성공했다. 민간 우주여행 시대 개막을 의미하여 엘런 머스크의 화성 이주 계획도 가깝게 다가온 것 같다. 우주에 전혀 관심도 없을 것 같던 와이프가 갑자기 우주여행 이야기를 꺼냈다. 우주는 남자의 로망이지 않던가. 흥미로운 소재가 나온 김에 물어보았다.

"혹시 <팔콘 헤비>라고 알아? 우주 연료 로켓이 공중에서 분리돼서 다시 땅으로 안착하는 영상인데 말이야 "

영상을 못 봤다는 와이프의 말에 스페이스 X의 팔콘 영상을 보여줬다. 거대한 원통형 로켓이 연기를 내뿜으며 하늘을 향해 올라간다. 길쭉한 원통형 연료통이 공중에서 분리되며 영상을 뒤로 리와인드시킨 듯이 다시 출발 지점으로 돌아온다. 건물 한 채만 한 길쭉한 로켓 추진체가 어떻게 지상으로 정확히 내려와 떡하니 선단 말인가. 다시 봐도 경이롭다. 정말 이게 말이 되는 걸까. 감동의 여운도 잠시. 갑자기 와이프는 찬물을 끼얹는다.

"가능할 것 같은데? 이론상 가능하니까 한 것 아닌가?”

잠시 할 말을 잃었다. 공식은 외우기 쉽지만 증명하기 어렵고, 눈앞의 현상은 누구나 볼 수 있지만 속에 숨은 원리를 깨닫는 것은 어렵다. 어떻게 로켓이 거꾸로 돌아오는 것이 경이롭지 않는다는 말인가. 공중으로 연필을 던졌을 때 바닥 위에 세로로 설 확률이 얼마일까? 그 확률이 연속으로 3번 이상 나오는 것보다 <팔콘 헤비>가 내 눈에는 더 신기해 보이는데 말이다. 그녀와 나는 다른 이성을 가진 듯하다.


류시화 시인 작품 중에 “그대가 곁에 있어도 나는 그대가 그립다”라는 구절을 두고 와이프와 연애 시절 다툰 적이 있다. 곁에서 보고 있는데 그대가 그립다니. 이게 무슨 말인가. 물론 시의 함축적인 의미와 감수성 넘치는 표현력을 모두 이해하지 못함도 있겠지만, 이성적으로 생각해 볼 때 곁에 있으면 보고 사랑하기도 바쁜데 그리운 감정을 느끼는 것은 무리라고 말했다. 하지만, 그녀는 어떻게 이 감정을 이해하지 못하냐며 버럭 화를 냈다. 너무 보고 싶으면 그리울 수 있단다. 보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그리움에 사무칠 수 있단다. 이게 무슨 말장난 같은 말인가. 서로 좋아하기도 바쁜 시간에 말장난 같은 말다툼이 싫어서 중간에 화제를 돌리긴 했지만 여전히 그녀의 감정을 잊을 수 없다. 그리우면 그리운 거지. 왜 나에게 화를 낸단 말인가. 곁에 있어도 무조건 그리워야 하는 감정 노동이라도 내가 해야 한단 말인가. 그녀와 나는 다른 감정을 가진 듯하다.


“여보 아마존의 제프 베조스, 스페이스 X의 엘론 머스크의 공통점이 뭔지 알아?”

“부자? 대머리? ”

“아니, 이혼남.

인류에게 도움이 되기 위해 일을 하다 보니 가족이 조금 뒤편으로 밀렸나 봐”

"진짜 이상한 사람들이네. 왜 그렇게 불행한 삶을 살아?”

“내가 이혼을 하고 싶은 건 아니지만.. 뭔가 그.. 인류를 위한.. 위대한 일을 하기 위해서는.. 뭐..

그럴 수도 있.. 지 안.. 나?"

“그게 말이 된다고 생각해?”

“음음. 그래 말이 안 되지. 그 사람들이 잘못했네"

감성은 정말 말로 설명할 수 없다. 남자가 여성에게 질 수밖에 없는 이유다. 그녀와 나는 아마 다른 감성을 가진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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