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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재테크르르 Nov 23. 2020

페파피그 아빠의 단상

아빠가 되어 보니 이제야 보이는 것들

고향 부모님 댁을 방문했을 때 기억난다. 약간 구수하면서도, 그렇게 달갑지 않은 냄새. 콤콤한 냄새가 어디선가 맡아본 기억을 되살렸다.

"어디서 맡아본 익숙한 냄새인데..."

그래. 경남 산청군 차황면.. 시골집이었던 할머니, 할아버지가 사시던 바로 그곳의 냄새다. 집안 창고로 쓰는 방바닥에는 온갖 나물부터 야채들이 펼쳐져 있었고, 과일 건조기는 "부르르틀틀~" 하는 소리와 함께 열심히 열을 뿜어 내고 있다. 각종 친환경적(?) 냄새들이 꽤나 옛 할머니 댁에 대한 이미지를 불어 일으킬 냄새들이 코를 자극한다.


향기보다는 악취에 민감한 코를 가졌기에 냄새로부터 부모님이 늙어 가는 모습을 간접적으로 느껴간다. 1년에 두어 번. 명절 말곤 볼일이 별로 없는 부모님의 얼굴이다. 가끔 뵈면 왜 이리도 늙어 보이시는지.. 친할아버지, 외할머니와 똑같이 닮은 부모님이 항상 그 자리에 지키고 계시다. 항상 가족을 지켜 주시던 아버지는 머리가 하얗게 새셨고, 자외선에 검게 그을린 피부와 거칠어진 피부, 그리고 거뭇거뭇한 검버섯은 어느 소설에 나오는 악덕 영감님(?)을 연상하케 한다. 

'우리 아버지도 할아버지가 다 되셨구나... '

그래도 아버지 눈에는 아직도 내가 어린아이로 보이겠지. 가끔 아버지의 모습에 내 모습을 강하게 느낀다. 


고된 하루를 마감하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 현관문을 열면, 마음이 두근거린다. 설렘과, 약간의 기대감이 뒤섞인 기분이다. 비밀번호 여섯 자리를 누르는 시간은 기대감으로 길게만 느껴진다. 

'가족들은 잠을 자고 있을까. 아니면 거실에 앉아 나를 기다리고 있을까?' 

10시가 넘은 시간. 이미 답을 알고 있지만, 혹시 모를 반전을 예상하며 문을 연다. '푸욱~' 차가운 바깥공기에 서늘해진 내 뺨 위로 푸근한 집 공기가 와 닿는다. 아무도 없는 거실. 가족이 모두 잠든 고요한 밤이 찾아왔다. 집으로 귀가했다기보다, 하루의 삶의 무게를 잠시 내려놓으려 집에 잠시 들렀다. 즐겁게 하루를 보내었을 와이프와 아이의 흔적이 남아있다. 치우지 않은 거실 한편에 모습에 하하 호호 웃고 있을 그들의 모습이 그려진다.  



돼지 가면과, 퍼즐들. 그리고 페파피그 가족. 유난히 페파피그를 좋아하는 딸아이는 산지 1년이 넘도록 가장 애정 하는 장난감이다. 아빠를 닮은 돼지라서 일까, 아니면 가족 역할극이 좋아서 그러는 걸까. 말이 통하지 않아 정확한 이유는 모르겠지만 매번 가족 상황극 하기에 바쁘다. 

"페파야. 아빠 다녀올게~ " 

인형들을 놀리는 아이 모습을 보면 백발로 돌아간 나의 아버지가 된다. 아버지가 되어 내려다본다. 인형들을 놀리며 노는 아이는 곧 어린 내 모습이 된다. 가슴이 뜨거워진다. 내가 어릴 적 잠이 들어 있을 때 귀가한 아버지도 이 장면을 보시고 계셨으리라. 다른 시공간 같은 감정을 느낀다. 



하루 중 아이를 마주할 수 있는 시간은 고작 아침 식사 후 30분 남짓한 시간. 조금이라도 더 가족에게 도움이 되고, 나은 삶을 살기 위해 세상 모든 아빠들은 바쁘다. 조금 더 직설적으로, 돈을 벌기 위해 이리저리 뛰어다니지만 보람보다는 회의가 들 때가 많다. 그 끝을 정확히 모르기 때문이다. 그 끝? 어쩌면 생각할 시간이 없을지도 모른다. 지금 현재를 달리고 있기에도 숨차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사람이 생각하는 성공은 일에서 이루는 성공이겠지만, 바쁜 하루를 보내고 집으로 돌아가 가족들과 따뜻한 시간을 나눌 수 있는 에너지와 안정을 얻는 것이 인생의 목표이자 성공일 수 있다. " _데이브 아스프리


페파 가족의 모습 속에 성공한 아빠의 인생이 보인다. 성공한 아빠는 지긋이 미소를 짓고 있다. 화려한 외제차와 멋진 집은 없어도 4인 가족이 함께 마주 앉은 페파 가족은 유난히 행복해 보인다. 대충 10평 나올만한 복층의 작은 집과 식탁 하나지만, 가족과 둘러앉은 모습은 인생의 목표이자 성공일 수도 있겠다. 오늘 하루는 유난히 힘들었는지, 페파 아빠가 앉은 저기 저곳이 유난히 부럽다. 


성공한 아빠의 상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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