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5. 15.
아침에 쓰는 일기인데 저녁에 쓰는 날이 많다. 주말에 아이들이 집에 있어 시끄럽거나 쓰고 싶은 내용이 없을 때는 저녁이 되어서야 겨우 쓴다.
아이들이 자고 있다(자고 있는 줄 알았는데 둘째가 글을 쓰는 도중에 나와서 화가 났다). 초등학교 5, 6학년인 아이들을 오후 9시에 자도록 하는데 조금 이른다는 생각도 든다. 머리가 커진 녀석들이 가끔 너무 빨리 잔다며 항의할 때도 있지만 나는 못 들은 척한다. 아이들을 9시에 재워서 조용해져야 나도 책을 보든 유튜브를 보든 글을 쓸 수 있기 때문이다. 대신 아이들이 새벽 6시가 되면 일어나는 것을 감당해야 한다. 아이들이 일찍 일어나면 "제발 늦잠 좀 자라!" 하고 말한다. 아이들은 절대로 늦잠을 자지 않는다. 일찍 일어나서 배가 고프다고 한다. 주말에는 세 끼를 두 끼로 줄여보려고 했지만 불가능하다.
이 이야기를 쓰려고 했던 것은 아니었는데. 어디 말할 데가 없어서 남에게 고민을 토로하듯 적어보았다.
오랜만에 외출을 했다. 칠레에 처음 왔을 때는 주말에 관광지에 가고 맛집에도 갔다. 요즘은 주말에 주로 집에서 시간을 보낸다. 유명한 관광지는 이미 가봤다. 오후에 남편이 아이들을 데리고 공원에 축구를 하러 가면 나는 밀린 집안일을 후딱 해치운다. 그러고 나서 피곤해진 나는 낮잠을 잔다. 도시락을 싸지 않고 아이들을 등하교 시키지 않아도 되니 여유롭다.
외출하자는 둘째의 성화에 온 가족이 집 근처 기념품 가게가 모여 있는 곳으로 갔다. 그곳은 예전에 둘째가 삐쳐서 안 간다고 해 둘째만 집에 두고 나, 남편, 큰아이는 가본 곳이다. 피곤하기도 하고 가본 곳이라 나는 가기 싫었다. 점심을 먹고 난 후라 졸렸다. 가기 싫은 마음을 애써 누르고 차에 탔다. 차에서 메시지를 보내면서 집중해서 그런지 머리가 아팠다. 몸도 마음도 불편했지만 남편이 아이들과 잘 둘러봐서 무사히 외출을 마쳤다. 나오는 길에 기름 냄새를 맡은 남편이 치킨을 튀겨 먹자고 했다. 마트에 들러서 치킨 말고 다른 것들을 잔뜩 사서 왔다.
남편이 만들어준 소고기 탕수육을 허겁지겁 먹으며 문득 뱃살이 늘어났다는 것과 내가 골프 말고는 운동을 하지 않는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정확히 말하면 운동을 안 하는 게 아니라 집 밖을 나가지 않는 것이다. 현관문을 열고 나가는 일이 나는 왜 이렇게 힘들까. 엘리베이터만 타고 내리면 바로 헬스장이 있는데 말이다. 신발도 튀기면 맛있다는데 소고기를 튀겨서 너무 맛있어서 많이 먹어버리는 바람에 운동을 하러 갈 수밖에 없었다.
러닝머신을 걷다 뛰다 하는 나는 최초 20분의 지루함을 견뎌야 한다. 20분이 지나면 곧 30분이 된다는 안도감이 든다. 나의 의지가 약하지 않다고, 지금 집에 가도 딱히 부끄럽지 않다는 생각을 한다. 그렇다고 30분만 하고 가지는 않는다. 30분이 지나면 시간이 금방 간다. 운 좋게 재미있는 유튜브 영상을 보기라도 하면 1시간이 금방 지나간다.
오늘은 유튜브로 유퀴즈를 보다 지루해졌는데 어디선가 걸그룹 음악이 들려서 나도 얼른 아이브를 검색해서 영상을 보았다. 이렇게 예쁠 수가. 처음으로 나이 든 내 모습이 안타까웠다. 젊음을 부러워하지 않았는데 그녀들의 춤사위를 보고 반해버렸다. 계속 부러워하고 있기가 힘들어서 얼른 성시경 오빠의 노래를 들었다. 여전히 감미롭다. 역시 발라드는 성발라.
작가 김연수는 매일 달리기를 한다고 한다. 매일 달릴 수 있는 비결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매일 밖에 나가는 것이라고 했다. 단순하지만 정확한 답변이다. 뛰어야겠다고 생각하면 나가기 힘들지만 그냥 밖을 나간다고 생각하면 마음이 가볍기 때문이다. 나가기면 하면 뛰게 되어 있으니까.
밖에 나가야겠다. 쓰레기 버리러 가듯 가볍게. 밖에 나갈 때 옷차림과 화장에 신경 쓰지 않으니 어려운 일이 아니다. 일단 운동화를 신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