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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다시 시작하는 마음 Sep 03. 2023

글 쓰는 마음

나는 왜 쓰고 있는 걸까

글을 써야 한다는 생각과 쓰고 싶지 않은 마음이 동시에 찾아올 때가 있다. 지금처럼. 그럴 때마다 '나는 왜 글을 쓰는가?' 하는 꽤 철학적인 질문이 머릿속에 떠오른다.


책을 출간하겠다는 욕심은 없다. 잠시 꿈꿔본 적은 있다. 책을 낸다고 내 인생이 달라질 것 같지 않고 내 책이 많이 팔릴 것 같지 않다. 지인들에게 내 책을 사달라고 홍보할 자신이 없다. 어떤 작가의 말처럼 '나무에게 미안할'일을 굳이 하고 싶지 않다. 누군가가 직접 쓴 책을 선물로 받고 읽지도 않고 버린 적이 있다. 내 책의 운명이 그렇게 되길 바라지 않는다. 인세로 큰 수입을 얻어 부자가 될 가능성도 없다.


브런치스토리 메인에 오르는 것은 분명 기분 좋은 일이다. 라이킷 수와 조회수가 오를 때마다 짜릿한 쾌감이 있다. 예전에는 내 글이 메인에 오르길 바라며 글을 힘주어 쓰기도 했다. 힘주어 쓴 글은 관심을 받지 못하고 편하게 쓴 글은 예상외로 메인에 오를 때가 있다. 사는 게 이렇다. 마음대로 되지 않고 힘을 빼야 결과가 좋다.


아무 목표도 없이 글을 써도 되는 걸까. 지금처럼 내 마음을 기록하는 용도로만 써도 되는 걸까. 그런 글을 공개해도 될까. 내 글을 읽어주는 분들께 요즘처럼 미안할 때가 없다. 나는 왜 쓰고 있는 걸까.


내가 쓰는 글의 정체성이 모호하다. 내 글은 정보를 제공하는 것도 아니고 독자로 하여금 깨달음을 얻거나 성찰을 하게 하지도 않는다. 내가 읽는 책들은 보통 앞의 두 가지 기능 중 하나는 가지고 있는데 말이다. 내 글에는 부모님과 가족에 대한 한풀이만 계속되는 특정한 패턴이 나타나고 있다. 위험한 일이다.


글을 꾸준히 쓰고 싶은데 이런 마음으로 계속 쓸 수 있을지 걱정이 된다. 여행을 다녀온 후로 글쓰기와 데면데면해졌다. 내 글은 어디서부터 잘못된 걸까. 나는 어디서부터 다시 시작해야 될까.


글쓰기가 나를 구원할 것이라고 착각했던 걸까. 글을 쓰면 내 삶이 크게 달라질 거라고 믿었던 걸까. 내가 어떤 마음으로 글을 썼는지 찬찬히 돌아봐야겠다. 이 글을 쓰고 있는 지금, 몸에 힘이 들어간다. 잘 써야 한다는 부담감을 버려야겠다. 꽃에 물을 주듯, 정성스럽게 한 글자 한 글자씩 써보려고 한다. 쓰다 보면 내가 왜 쓰는지 알게 될 날이 오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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