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10. 2.
어제 아이들과 교회에 갔다. 종교가 없는 우리 가족은 아는 목사님이 새로 문을 연 교회에 다녀왔다. 교회는 집에서 가깝고 목사님의 딸이 둘째 아이와 같은 반이라 목사님과 친분이 있다. 일요일에 할 일도 없고 추석 명절이니 밥 먹으러 오라는 사모님의 말씀에 가기로 결정했다. 예배도 드리고 점심도 얻어먹었다. 여기는 칠레지만 한국식 인사인 약간의 축하금과 빈 손으로 갈 수 없어 집 근처에 있는 비싼 프랑스 빵집에 들러서 빵을 사갔다.
오랜만에 밖에서 여러 사람들과 인사를 나누고 밥을 먹었다. 거기에는 내가 사는 아파트의 다른 동에 살고 있는 둘째 아이의 반 친구도 있었다. 반가웠다. 아이 친구의 엄마와 서로 인사하고 아이들의 통학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그는 돈을 내고 지인의 통학차를 이용하여 아이들을 학교에 보내고 있었고 나는 반가운 마음에 그 통학차에 나의 아이들을 태울 수 있는지 물었다. 그러다 우리와 친구 엄마가 등하교를 나눠서 운전을 하기로 결정했다.
누구보다 남편이 기뻐했다. 오전, 오후 모두 남편이 운전을 담당하고 있고 통학 시간만 4시간이 걸린다. 몸도 피곤하고 시간이 오래 걸려서 오후에는 다른 일을 할 수 없었다. 친구 엄마가 등교를, 남편이 하교를 책임지기로 했다. 아침 시간이 여유로워진 남편은 집청소도 도와주었다. 그 덕에 나도 편해졌다. 나도 버스를 타고 금요일마다 아이들을 데리러 가지 않아도 된다. 야호!
"어제 교회를 다녀와서 그런가 봐."
남편에게 내가 말했다. 남편은 살며시 웃었다. 좋은 일이 생길 때는 '신이 정말 있는 게 아닐까'하고 생각한다. 그동안 신이 우리 가족을 말없이 지켜보시다가 지금이야!라고 생각하고 얼른 선물을 주고 간 게 아닐까. 기도는 가장 적당한 시기에 들어주신다더니 그런 걸까. 신을 믿고 의지하면 기쁜 일도 슬픈 일도 순순히 받아들일 수 있을까.
좋은 일과 나쁜 일은 번갈아 온다더니 그런 것도 같다. 여권을 잃어버리고 속상한 시간을 통과한 직후에 벌어진 일이다. 그럼 좋은 일이 오면 온전히 기뻐하고 나쁜 일이 오면 좋은 일을 기다리면 되는 걸까. 오늘 나는 기뻐서 너무 긍정적인 사람이 되어버린 것 같다. 남편이 고생하는 게 미안했고 안쓰러웠다. 어디에 살든 시간이 지나고 관계가 만들어지면 사는 일이 조금 편해진다. 칠레에 오자마자 통학을 시켜줄 수 있는 사람을 찾았지만 보이지 않았다. 결국 시간이 해결해 주는 일이었구나. 조급해하지 않고 자기 일을 성실하게 하면 되는 거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