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10. 21.
토요일이다. 남편은 대학원에 갔고 나와 아이들은 집에 남아서 책을 읽고 있다. TV도 스마트폰도 없는 아이들은 주말을 힘들어한다. 거기다 자율학습 시간이 3시간이나 있으니 주말을 싫어할 만도 하다.
벌써 여름이 왔나 싶었는데 어제부터 흐려졌다. 이불 빨래를 할까 말까 고민하고 있었는데 나중에 해야겠다. 생각날 때 바로 해야 되는데. 뜨거운 햇빛에 말린 이불을 보고 싶어서 빨래를 미루기로 했다.
어제는 둘째의 친구집에 다녀왔다. 아이 친구 엄마가 나와 아이들을 집으로 초대했다. 오랜만에 누군가와 이야기를 나누니 신나기도 하고 피곤했다. 이야기 중간중간 흥분을 가라앉히려고 애썼다. 누군가를 만나고 가까워지는 일은 설레면서 두렵다. 나에 대해 자세히 알게 되면 나에게 실망할 것 같다. 그래서 관계가 어렵다. 상대방의 친절은 어디까지 받아도 되는지, 나는 어떤 식으로 갚아야 하는지 매번 고민한다.
아침은 아이 친구 엄마가 보낸 육개장에 밥을 먹었다. 그는 나보다 나이가 어린것 같은데 나보다 요리를 더 잘하는 것 같다. 부럽게. 점심은 라면을 먹을 것이다. 일주일 만에 돌아오는 라면 타임이다. 나도 아이들도 이 시간을 몹시 기다린다. 하나에 1,500 원 정도 하는 라면을 아껴가며 먹고 있다. 이곳에서는 유통기한이 지난 라면도 맛있게 먹는다. 한국에서 듣지도 보지도 못한 브랜드의 라면을 비싼 값을 주고 산다. 한국에 가면 마트에 가서 라면 쇼핑부터 할 것이다. 어떤 라면이든 다 먹어주겠어!
한국에 돌아가서 지인들에게 선물할 물건들을 알아보고 있다. 어제는 남편과 집 근처에 있는 스타벅스에 가서 칠레 스타벅스 20주년 기념 머그컵을 샀다. 내일은 멕시코 망자의 날 기념 머그컵이 매장에 들어온다고 한다. 냉큼 가서 사버릴 것이다. 남편에게 나는 물었다.
"칠레나 멕시코 스타벅스 컵을 누가 좋아하기는 할까?"
남편이 말했다.
"선물 받으면 뭐든 다 좋아해!"
맞다. 나도 그렇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