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들리는 마음으로

2023. 10. 28.

일기를 쓰지 않았지만 일상을 잘 보냈다. 조금 바빴고 몸이 아팠다. 감기가 오려다가 말았고 지인의 저녁 초대에 다녀왔으며 골프를 쳤다. 시장과 할인하는 마트에 갔었고 환전을 했고 새로운 사람을 만나 이야기를 나누며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사람을 만나면서 가끔씩 기분이 상할 때가 있다. 지인 중 어떤 부부가 있는데 그들이 나와 다른 사람을 대하는 태도를 유심히 살펴봤다. 그들이 나에게 연락할 때는 내 도움이 필요하거나 나를 통해 어떤 이익을 얻고자 할 때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나만 느끼는 감정일까?' 하는 의문이 들 때 다른 지인을 통해 비슷한 이야기를 들었다. 갑자기 그들이 너무 싫어진다. 그들이 나의 분노버튼을 누르는 것 같다.


나는 그런 사람을 싫어한다. 나를 이용하는 사람, 나를 자신의 이익을 얻기 위한 도구로 삼는 사람. 나는 진실한 사람을 좋아한다. 뒷말하는 사람, 허세 부리는 사람을 싫어한다. 그런 사람을 보면 '그럴 수도 있지!'가 잘 안 된다. 속으로 분노한다. 나는 잘 의심하는 사람일까. 사람들에 대한 나의 감정을 확신하지 못하겠다. 마음이 자주 흔들린다. 내 감정이 맞는 것인지, 나만 그러는 것인지 몰라 고민한다.


나는 내가 싫어하는 사람과는 말을 잘 섞지 않는다. 그들과 적당한 관계를 유지하는 방법도 있는데 나는 그렇게 하지 않았다. '싫어하는데 굳이 잘 지낼 필요가 있을까?' 하는 마음으로 거리를 두었다. 내 앞에서 누군가를 험담하면서도 막상 그들과 잘 지내는 사람을 보면 이해가 되지 않고 화가 났다. 좀 이상한 사람 같았다. 그런데 자세히 살펴보니 많은 사람들이 그렇게 사는 것 같았다. 이상한 사람은 바로 나였다.


관계에 진실하다는 것은 무엇일까. 나처럼 싫으면 싫은 티를 팍팍 내는 것이 진실한 것은 아닐 것이다. 적당한 예의를 갖추고 그들과 사이좋게(?) 지내는 것이 현명한 것인 줄은 나도 안다. 나는 그게 왜 이렇게 어려울까. 내가 싫어하는 사람에게 내가 좋아하는 구석이 하나라도 있으면 좀 나을 텐데. 그것을 찾아내는 것이 더 고통스럽다.


사람을 알아가면서 사람을 대하는 내 마음이 자주 흔들린다. 좋았다가 싫었다가, 괜찮았다가 불편했다가. 내 마음이 이렇게 일관성이 없는 것처럼 사람도 그런 것이 아닐까. 일관성 있게 좋은 사람이 없듯이 일관성 있게 나쁜 사람도 드물 것이다. 처음 만났을 때 좋았던 사람에게 시간이 가면서 실망한 경우도 있었고 처음에는 별로였으나 알아가면서 차차 좋아진 사람도 있다. 내 마음이 수시로 변하듯이 사람도 수시로 변한다. 아니 원래 사람은 단순하지 않고 입체적이라는 것을 이제는 알겠다.


글쓰기에 대한 마음도 자주 변한다. 아무 기대 없이 쓰면서도 만족했다가 어느 날은 이렇게 그냥 쓰는 것이 맞나 싶을 때가 있다. 성과, 인정, 칭찬을 먹고 자란 사람이 그것이 없는 환경에 적응하는 것이 쉽지 않다. 계속 익숙해지려고 애쓰지만 내 마음대로 될 리가 없다.


이쯤에서 인정해야겠다. 나는 변덕스럽고 자주 흔들리고 일관성이 없다는 것을. 대신 남들도 그럴 수 있다는 것을 알고 큰 기대 없이 사람을 만나야겠다고 다짐한다. 글쓰기에 대한 내 마음도 오락가락하지만 쓰는 것을 포기하지 않기로 마음을 다잡아야겠다. 글쓰기가 흔들리는 나를 잡아주고 있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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