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3. 7.
나는 비행기 타는 것을 좋아한다. 비행기 타는 것보다 기내식 먹는 것을 더 좋아한다. 비행기에서 승무원이 기내식을 주는 소리가 들리면 가슴이 뛰고 설렌다. 맛이 없어도 꾸역꾸역 다 먹는다. 유럽을 여행하면서 탔던 저가 항공은 물 한 잔도 주지 않아 섭섭했다. 남편은 유럽에서 칠레로 돌아오는 비행기를 타면서 14시간이나 어떻게 비행기를 타냐고 걱정했지만 나는 기내식을 두 번 먹을 수 있다는 생각에 살짝 들떴다. 나는 맛있는 기내식을 주는 항공사를 좋아한다.
처음 칠레로 올 때 비행기를 두 번 탔는데 둘 다 델타 항공이었다. 미국 항공사에서 주는 기내식은 내 입맛에 맞지 않았다. 칠레에 새롭게 적응해야 하는 상황이 마음을 무겁게 만들어서 그랬는지도 모르겠다. 하겐다즈 아이스크림마저 한 숟가락도 먹지 못했다. 이번에 한국으로 돌아갈 때는 대한항공을 한 번 탄다. 그립고 그리웠던 대. 한. 항. 공. 승무원에게 한국어로 주문할 수 있고 한국 영화를 보고 한국 음악을 들으면서 긴 비행시간을 보낼 수 있다는 생각에 벌써부터 설렌다.
칠레에 와서 여행을 다니면서 비행기를 많이 탔다. 비행기를 타면 탈수록 비즈니스석을 타보고 싶다는 생각이 커졌다. 비행기를 먼저 타고 먼저 내리는 것이 너무 부러웠다. 그동안 쌓은 마일리지로 언젠가 한 번은 꼭 비즈니스석을 타보는 날이 올 것이라 믿는다. 긴 여행을 마치고 다시 칠레로 왔는데 나는 이곳을 떠날 생각만 하고 있다. 그래서 아침부터 비행기가 타고 싶고 공항에 가고 싶었나 보다. 지금은 아침을 먹은 지 얼마 되지 않아 기내식은 생각나지 않는다.
내가 어딘가로 떠나고 싶을 때는 지금 내가 발 딛고 서 있는 곳이 마음에 들지 않을 때다. 지금이 그런 것 같다. 칠레에도 한국에도 마음을 한 곳에 둘 수 없는 이 상태. 한국에 갈 준비를 당장 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마음은 분주한데 몸이 해야 할 일은 없다. 한국에 내 몸이 가 있어야 할 수 있는 일들만 있을 뿐이다. 생각만으로 일을 처리하고 있자니 몸도 피곤해지는 것 같다. 한국에 가기 전까지 이곳에 마음을 붙들어 놓을 것을 찾아야겠다.
오늘은 러닝머신에 올라가서 내 속도대로 걸어봐야겠다. 밖으로 나간 용기를 낸 나에게 아이스크림을 선물할 것이다. 몸무게는 생각하지 않고 온통 먹는 생각뿐이다. 요즘은 컨디션이 괜찮아서 음식을 먹어도 배가 아프지 않아서 좋다. 잘 먹되 식탐은 부리지 않고 천천히 맛있게 먹어야겠다. 운동을 하고 나서 달라져있을 내 마음을 찬찬히 관찰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