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4. 24.
불친절한 사람과 이야기를 나누고 하루 내내 속이 시끄러웠다. 큰아이 입학 문제로 학교 관계자 여러 사람과 통화를 했다. 원칙을 따지며 단호하게 말했던 어떤 선생님이 있었다. 꼭 이렇게밖에 이야기할 수 없을까, 하는 생각과 함께 통화를 마쳤다.
내가 원하는 답변이 나오지 않아 속상했다. 그렇지만 교육청 주무관에게 그와 비슷한 답변을 들었을 때는 속으로 안타깝긴 했지만 마음이 상하지 않았다. 나에게는 내가 남에게 친절하려고 노력하는 만큼 남에게도 친절을 바라는 마음이 있다는 것을 안다.
나중에 다른 담당자로부터 그 선생님의 답변에 조금의 오류가 있음을 확인하고는 더 화가 났다. 그는 거만했다. 자신이 모든 것을 다 알고 있다는 듯 말하던 그 태도가 떠올라 나는 역겨웠다. 한국에 있었다면 학교로 찾아가 그 선생님을 만나서 싸우고 싶었다.
같은 교사로서 그 선생님의 입장을 이해한다. 그에게는 혹시라도 자신의 답변을 문제 삼아 학부모인 내가 민원을 제기하지 않을까 하는 두려움이 있을 수 있다. 타인의 어려운 사정을 모른척할 수밖에 없는 사정이 있을 수도 있다.
나는 친절하지 않은 사람과 이야기를 나누고 나면 너무 힘들다. 그런 사람을 만나고 나면 괜히 따지고 싶고 싸우고 싶은 마음까지 든다. 나는 모든 사람이 나에게 친절할 수 없다는 사실을 잊고 있었다. 내가 갑질하는 사람이 된 것 같아 무안하다.
이 글은 오늘 아침, 어느 따뜻한 사람과의 통화 후에 쓸 수 있었다. 누군가의 다정함에 마음이 녹아 나는 금세 마음을 바꿨다. 모두가 나에게 친절할 수 없어. 모두가 나를 좋아할 수 없어. 나는 모두와 잘 지낼 수 없어. 나와 불화하는 사람의 사정까지 내가 이해할 수 없고 이해할 마음도 없다. 다만 나는 때때로 사람들로부터 무시를 당할 수 있고 억울한 일이 생길 수도 있으며 부당한 대우를 받을 수 있다는 이 엄정한 진실을 다시 한번 마음에 깊이 새겨야겠다. 마음이 이렇게 한 번씩 넘어질 때마다 세심하고 다정스러운 누군가의 마음에 기대어 다시 일어서면 될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