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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다시 시작하는 마음 May 06. 2024

차분하게 준비할 시간

2024. 5. 5.

며칠간 책을 한 줄도 읽지 못했다. 마음이 달뜬 느낌이었다. 칠레에서 산 물건 중 가장 비쌌던 자동차를 팔기 위해 한인 단체채팅방에 글을 올렸으나 아직 아무 소식이 없다. 한국에 가서 새로 이사할 집을 채울 가구와 가전제품을 알아보다 마치 신혼살림을 준비하는 새댁처럼 마음이 설렜다.


현재 살고 있는 집의 집주인에게 집을 비울 날짜를 알려주었다. 아직 집을 보러 오는 사람이 없다. 집을 보여줄 경우 신경 쓸 것이 많다. 집을 깨끗하게 치워야 하고 방문하는 사람들이 신발을 신고 집에 들어오지 않도록 설명해야 하며 도난에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한국과는 다른 문화에 살고 있어서 외부인이 집에 오는 경우 마음이 조마조마하다.


가전제품과 가구는 싸게 내놓으면 누군가에게 팔 수 있을 것 같다. 이곳에서 샀던 반찬통, 그릇 등을 줄 사람이 없어 버리려고 하니 아깝다. 한국에서 가져온 옷 중 일부는 아이들에게 작아져서 버렸다. 조금 가벼운 짐으로 한국으로 돌아갈 수 있을 것 같다.


지난주에는 남편과 마트에 가서 지인들에게 줄 선물을 골랐다. 칠레에서만 살 수 있는 것을 찾다 보니 조금 어려웠지만 적당한 가격의 선물을 결정했다. 짐이 줄어들 줄 알았는데 다시 늘어날 것 같다. 자주 냉장고를 확인하면서 식재료가 얼마나 남았는지, 다시 사야 되는지를 고민한다. 


아침과 저녁에는 겨울 날씨 같다. 한국에서 초겨울에 입었던 패딩을 꺼냈다. 잘 때는 전기장판을 틀고 잔다. 몸보다 마음이 더 추워지지 않게 단단하게 나를 보호한다. 바쁘고 들뜬 기분으로 글쓰기와 독서에서 멀어지지 않기 위해 더 노력해야겠다. 


글을 쓰려고 노트북 앞에 앉기까지 오래 걸렸다. 오늘은 낮잠을 충분히 잤고 급한 집안일이 없었다. 몸과 마음이 허용하는 시간에만 글을 쓸 수 있다는 것을 알았다. 언제든 글쓰기가 가능하도록 몸과 마음을 돌보는 일을 잊지 않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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