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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다시 시작하는 마음 May 08. 2024

생일 축하해

2024. 5. 7.

한국 기준으로 오늘은 내 생일이다. 올해는 어버이날이 내 생일이 되었다. 나는 음력 생일을 쓰기 때문에 생일이 매년 바뀐다. 어릴 때는 어린이날이 내 생일인 적도 있었다. 브런치에 글을 쓰고부터 매년 내 생일에 글을 발행했다. 


첫 번째는 '내 생일을 기억하지 않는 엄마'라는 제목으로, 두 번째는 '내 생일을 기억하는 시어머니'라는 제목으로 글을 썼다. 브런치 작가가 되고 세 번째 생일을 맞은 올해는 내가 나를 축하해주려고 한다. 타인에게 사랑받고 관심받고 돌봄 받기를 기대하지 않고 오늘은 내가 나를 챙겨주고 싶다. 


생일 선물을 받았다. 선물은 내가 좋아하는 단팥빵이다. 단팥빵이 먹고 싶어서 한국에 가기를 기다렸는데 오늘 지인에게 예상치 못한 선물을 받았다. 그 지인은 오늘이 내 생일인지 알지 못한다. 오늘 일이 있어 나를 만났고 내가 곧 한국에 간다고 하니 아쉬운 마음을 빵으로 표현했을 뿐이다. 나 혼자 그것을 생일 선물로 받아들였다. 내 마음대로. 


비싸서 내 돈을 주고 사 먹지 못했던 단팥빵을 먹고 나서 나는 한국에 가는 날을 조금 미뤄도 괜찮겠다고 남편에게 말했다. 오랜만에 단팥을 먹으니 마음이 포근해졌다. 오늘 겨울비가 내리고 추웠는데 마음은 따뜻했다. 작년과 다르게 내가 사는 집의 아래층에 사는 사람이 난방을 하는지 우리 집 방바닥이 하루 내내 따끈했다. 내 몸도 뜨끈해졌다. 칠레의 천장 난방을 기분 좋게 경험했다. 집에 들어왔을 때 훈훈한 공기를 오랜만에 느꼈다. 심지어 화장실 타일 바닥까지 따숩다.


예상치 못한 누군가의 도움과 선물을 올해의 나의 생일 선물이라고 말하고 싶다. 남편과 아이들, 시어머니 말고는 아직 나에게 아무도 생일을 축하해주지 않았지만 서운하지 않다. 나도 타인의 생일에 무관심했고 오늘처럼 생각지 못했던 행운이 찾아와 주었으니 이것으로 충분하다.


앞으로는 내가 내 생일을 듬뿍 축하해주려고 한다. 생일에 집착하는 사람이 되고 싶지 않다. 나의 부모님은 내 생일을 자주 잊어버렸지만 나는 나의 아이들의 생일을 매번 잊지 않는 사람이고 싶다. 내가 직접 끓인 미역국을 맛있게 먹으며 씩씩하게 살아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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