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승의 날 편지
선생님, 복직 후 처음 맞는 스승의 날이에요. 이번에는 제 몸 써서 정직하게 번 돈으로 선생님께 선물을 드릴 수 있어서 정말 뿌듯해요. 5월은 '가정의 달'이라 불리지만 저에게는 잔인한 달이에요. 일반적인 표현이 누군가에게는 상처가 될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되기까지 꽤 오랜 시간이 걸렸네요. 제가 하는 말과 쓰는 문장을 더욱 조심하려고 해요.
제 마음은 나이와 상관없이 늘 불안정해요. 40대가 되면 모든 것이 안정될 줄 알았는데 저는 매 순간 흔들려요. 우울함과 부정적인 생각은 자주 찾아와요. 그럴 때마다 선생님께서 가르쳐주신 대로 몸을 먼저 움직이려 노력해요. 밖으로 나가 걷고 때로는 달리기도 해요. 요즘은 '아침이 주는 마법'처럼 운동이 주는 마법을 조금씩 깨닫고 있어요. 내 마음을 잘 돌보는 방법은 내 몸부터 움직이는 것이라는 걸 느끼고 있어요.
담임을 맡으면서 학생과 대화할 일이 많아졌어요. 솔직하게 마음을 나누는 연습을 하고 있어요. 감정적이되 진실하게, 이성적이되 따뜻하게 말하는 방법을 찾고 있어요. 누군가를 만나 이야기를 할 때마다 긴장해요. 제가 상처받을까 봐 두렵고 제가 타인에게 상처를 줄까 봐 걱정이 돼요. 나이가 들수록 제가 남에게 상처를 주는 일이 더 많아진 것 같아 마음이 무거워요.
날마다 조금씩 자라고 있는 제 아이들을 보면서 많은 생각을 해요. 몸처럼 마음도 건강하게 자라고 있는지 궁금해요. 학교에 잘 다니고 있는 모습에 감사하다가도 공부는 어디까지 시켜야 하는 걸까 하는 고민에 마음이 복잡해져요. '어디까지가 최선일까'라는 물음표를 가슴에 달고 하루하루를 살아가고 있어요.
부모님과의 관계는 그대로예요. '이해불가'에서 한 발짝도 더 나아가지 못했어요. 냉장고 속 썩은 식재료를 보고 외면하는 것처럼 모르는 척 지내려니 마음이 불편해요. 하지만 니체의 말처럼 서투른 봉합보다 드러난 적대를 택하겠다고 다짐했어요.
삶에도 매뉴얼이 있으면 참 좋겠어요. 만약 그런 것이 있다면 선생님처럼 좋은 분을 만날 일이 없었겠죠. 인생은 속도보다 방향이라고 하는데 저는 선생님 덕분에 방향을 찾았어요. 어떻게 사는지도 모르고 살다가 제 삶의 모습을 알고 받아들이게 되었어요. 저를 사랑하게 되었는지는 아직 모르겠어요. 제가 저를 사랑하게 되는 날이 올까요? 더 살아봐야겠어요.
물리적 거리는 있지만 마음의 거리는 가까운 곳에서 선생님의 영향을 받으며 살고 싶어요. 선생님께서 건강하게 삶을 사시는 모습을 멀리서 지켜보며 배우고 싶어요. 배우고 싶은 스승이 있다는 것에 감사하며 편지를 마칩니다. 건강하시고 평안하세요.
(감사한 마음을 담아 홍삼을 주문했습니다. 조만간 택배가 도착할 거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