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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라과이 53일 차

2025. 10. 8.(수)

by 다시 시작하는 마음

오늘은 스페인어 과외가 있는 날이다. 첫 수업이 어떨지 궁금하다. 오늘 남편에게 점심 약속이 있어서 나는 도시락을 싸지 않았다. 확실히 덜 분주하다. 여유 있게 청소를 하고 선생님을 기다리고 있다. 누군가를 만나는 약속은 부담스럽다. 준비하고 기다리는 것이 싫다. 약속이 취소되면 후련할 때가 있다.


남편은 건강에 관심이 많다. 영양제를 챙겨 먹고 잘 구입한다. 나는 영양제, 보약 없이도 건강하게 잘 살고 있다. 잘 먹고 잘 자면 건강해진다고 생각한다. 아침 식사에 사과를 주는데 껍질째 달라고 남편이 말했다. 나는 껍질에 농약이 있으니 깎아서 먹는 것이 좋다고 했다. 아침 식사 메뉴는 남편이 결정했다. 내가 한 것에 대해 사소한 것까지 지적하고 요구하는 남편에게 가끔 지칠 때가 있다. 준비하는 사람의 수고를 모르는 것 같아 화가 난다. 음식에 대해 지적하기 좋아하는 시어머니를 만난 것 같아 기분이 몹시 안 좋아진다.


왜 음식을 먹기만 하는 사람은 음식을 준비하는 사람의 수고를 알지 못할까. 나의 시어머니처럼 음식을 하는 사람마저도 남이 차려준 음식에 감사하지 못할까. 내가 지적받았다는 느낌보다 감사함을 모르는 것에 더 화가 났다. 나는 겸손함을 좋아한다. 내가 베푼 호의와 배려를 당연하게 받는 사람을 싫어한다. 나의 부모님이 그랬고 현재 나의 시어머니가 나에게는 그렇다. 존중받고 싶다. 누구에게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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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나이 15살, 아이를 키우면서 나의 내면의 아이도 잘 키워내는 것이 목표인 여자사람, 2년간 칠레에서 살다가 한국으로 돌아왔습니다. 지금은 파라과이에 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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